주 52시간 근무제 계도 기간이 끝나고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본격 적용에 돌입하면서 대구경북지역 제조업계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공장 24시간 가동을 유지하면서 법에 맞추려면 생산직 근로자 채용을 30% 이상 늘려야 하지만 구인난이 심화된 탓이다.
자동차 차체를 생산하는 A사는 400여 직원 중 절반 이상이 공장에서 근무하는 생산직 근로자다. A사는 지난해 7월 근로시간 단축 도입에 맞춰 기존 3조 2교대로 운영되던 생산직 근로자 근무체계를 4조 3교대로 바꿨다. 하루 12시간 근무를 8시간으로 줄이며 주당 근로시간을 52시간 밑으로 맞추자는 취지였다.
A사는 근무체계를 바꾼 지 9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현장에 1개 조를 추가하며 직원을 더 뽑아야 하는데 오히려 월급이 줄게 된 생산직 근로자 일부가 더 오래 일할 수 있는 300인 미만 업체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A사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다 보니 공장 시설이나 복지가 좋아 사람 구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는데 요즘에는 근로시간이 적다고 오지 않는 경우가 늘었다. 납품 기일은 맞춰야 하는데 사람이 모자라니 가끔은 쉬어야 할 직원을 불러낸 적도 있다"며 "지난달부터는 일감이 몰려 용역업체 인력까지 끌어 쓰고 있다. 300명을 넘긴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난감하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직원 300인 이상 사업장으로 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된 곳은 122곳이다. 이 가운데 20곳이 공장을 24시간 내내 가동해야 하는 제조업체다.
지역 제조업계는 직원을 늘리려 해도 임금 감소를 이유로 채용이 어려운데다 최저임금 인상, 내수 부진 등으로 매출액이 줄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직원 300인 이상의 대구지역 상장 제조업체 12곳의 종업원 수는 총 9천601명으로, 전년 대비 2.45% 늘었지만 누적 매출액은 3조948억원으로 1년 새 2.03%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업체는 공장 가동 시간만큼 생산량이 나오는데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같은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드는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어 매출 증대가 어렵다"며 "울며 겨자먹기로 직원을 더 뽑으려 해도 근로시간이 적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근로자들도 불만이기는 마찬가지다.
계도기간 중에도 인력 부족을 이유로 잔업을 병행해 왔던 이들은 월급 감소가 현실화됐다며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A사 근로자 천모(51) 씨는 "하루 12시간 일하며 월급을 300만원 조금 넘게 받았다. 하루 8시간 근무로 바뀌고 잔업이 없어지면 월급이 200만원도 안 되게 생겼다"며 "학습지 교사를 하는 아내보다 월급이 적게 됐다. 대학생과 고3 수험생 자녀를 키우는 입장에서 생활비 부담이 크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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