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DIP)에서 '지역 ICT 기업 간담회'가 열렸다. 올 2월에 이어 두 번째다. 2개월마다 간담회는 계속될 것이라고 한다. 분위기는 자유로웠고 허심탄회했다. 더욱이 DIP 관계자뿐만 아니라, 대구시의 담당 주무관과 과장, 국장까지 모두 참석해 상당한 성의와 관심을 보였다. 올해부터는 뭔가를 해보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도시락 점심을 먹으면서 2시간 반 동안 오간 이야기는 20년이 더 지난 흘러간 레코드를 반복해 듣는 느낌이었다. 기업 대표와 공무원, DIP 직원의 얼굴이 바뀌었을 뿐, IMF 외환위기 이후 경제부로 발령 난 기자가 그 당시, 또 그 이후 간담회장에서 질리도록 들었던 말들과 별로 달라진 게 없었다. 지역경제의 침체와 위기가 결코 외부환경 탓만은 아니라는 생각에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돌이켜보면 호불호와 독재자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만큼 긴 안목과 비전을 가지고 국가를 경영한 지도자는 없었던 것 같다. 대구경북을 위해 그(박정희)만큼 큰 유산을 남겨준 이도 없다. 우리는 얼마나 그 유산을 잘 지키고 가꾸고 발전시켰나?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못나도 이렇게 못난 후손들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다.
박 전 대통령은 구미전자공단을 만들고 경북대를 전자공학에 특화했다. 대구경북민에게 100년 먹거리의 기틀을 마련해 준 셈이다. 그가 4차 산업혁명을 예견했을 리 없겠지만, 울산의 자동차와 창원의 기계산업은 ICT 없는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ICT는 산업의 한 분야가 아니라, '자동차' '로봇' '기계' '에너지' '물' 등 모든 전통 산업 및 신산업과 융합되어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원동력이다.
아이러니하게도 ICT의 원조인 전자산업을 선점했던 대구경북의 현실은 참담하다.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 삼성과 LG 등 대기업을 수도권과 해외로 다 빼앗기고, "이제는 남은 것이 없다"고 한탄한다. 자신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반성하지 않고 '남 탓'만 하는 것이 대구경북 지도자들의 모습이었다면 지나친 비난일까.
'부자는 망해도 3대 간다'는 말이 있다. 대구경북의 ICT 산업이 그 모양새다. 정말 ICT 분야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광주조차 'ICT 융합 분야'를 전략산업으로 제시하고, 나주혁신도시와 묶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아직도 한강이남 최고의 ICT 자원을 가진 대구가 '좌절'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는 아이 떡 하나 준다'는 식의 일회성 기업지원사업을 넘어 대구경제권 차원의 뚜렷한 ICT 비전과 목표, 그리고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그래야 떠나는 젊은이와 기업을 잡을 수 있다. 좋은 인재와 기업은 비전이 없는 곳에 남지 않는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한숨이 통곡으로 바뀌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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