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맞다면 4월마다 끊이지 않는 난리다. 식목일(4월 5일)이 있는 달인데 역설적으로 산불은 4월에 많았다. 봄철 메마른 바람 소리는 왜 그리 거친 것인지. 바람 소리가 공포의 소음인 줄은 산불을 겪기 전에는 몰랐다. 집 한 채쯤은 거뜬히 뜯어 날려버릴 바람 소리다. 산불 피해주민들의 증언, "불덩이가 휙 날아와 마당 앞에 뚝 떨어지더라"는 말이 과장은 아니다.
사진은 1992년 4월 17일 낮 11시 30분쯤 영일군 흥해읍 초곡리 해병새마을촌에서 일어난 산불 발생 현장이다. 진화 장비를 갖추지 않아 애를 먹었다는 기록이다. 실제로 진화 장비가 보이지 않는다. 나뭇가지를 휘두르고 있는 모습이다. 안전과 관련 있는 장비라고는 '순찰'인지 '경찰'인지 분간이 애매한 오토바이 안전모가 전부다. 얼른 불을 꺼야한다는 마음이 앞선다.
사진에서처럼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을 때는 불을 끄는 장비가 필수지만 사람 마음이 그렇게 침착하지 못하다. 장비가 구비될 때까지 불이 번지는 걸 두고 볼 수만도 없다. 조그만 불에도 건조한 초목은 활활 타오르고, 바람을 타고 멀리까지 번져간다.
큰 불길을 잡고도 끝이 아니다. 잔불 정리가 더 중요하다. 불씨의 생명력이 얼마나 끈질긴지 '꺼진 불도 다시 보자'가 수십 년간 불조심 표어의 클래식으로 자리매김한 건 우연이 아니었다.
잔불 잡기엔 갈퀴나 삽 따위의 농기구를 쓰기도 했다. 전문 진화 장비가 아님에도 재를 흙으로 덮어 불씨를 잡아야 하니 바쁠 때 빌린다는 고양이손보다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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