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따스한 봄날 "멍멍" 개 물림 사고 "으악"

3년간 개물림 사고 치료 환자 6천 여명

#지난 11일 밤 해운대구 한 아파트의 승강기 앞에서 주민 A(39)씨가 몸 길이 1m가량의 대형 반려견 '올드 잉글리쉬 쉽독'에게 중요 부위를 물렸다. 쓰레기를 버리러 나왔다가 개에게 물린 A 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경기도 안성에서 산책을 하던 60대 여성이 사육장을 뛰쳐 나온 도사견에 물려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10일 경기도 안성에서 산책을 하던 60대 여성이 사육장을 뛰쳐 나온 도사견에 물려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지난 10일 안성에서는 한 요양원 근처에서 B(62·여) 씨가 사육장을 뛰쳐 나온 도사견에게 가슴과 종아리 등을 수차례 물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7일 광주시 쌍령동 한 공원에서도 산책 중이던 C 씨(25)가 대형견인 그레이트 데인에게 왼쪽 손목을 물렸다.

#지난 3월 안동에서도 목줄이 풀린 개가 주인을 비롯한 어른 3명을 공격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3월 7일 오후 7시 30분쯤 안동시 일직면 한 주택에서 D(77) 씨가 키우던 몸 길이 1m30㎝ 크기의 개(셰퍼드와 진돗개 교배종)가 E씨와 F(71) 씨, G (63·여) 씨 부부의 손 등을 물었다. 이 사고로 E 씨 등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개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안동소방서 119구조대원들의 마취총을 맞고 포획돼 유기견 보호시설로 보내졌다.

그레이트 데인.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그레이트 데인.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추위가 물러나고 바깥 활동이 많아지면서 가족 단위 나들이객은 물론 반려견과 시간을 보내는 이들도 많아진다. 이때 개물림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특히 개물림 피해는 어린이가 많고, 사고가 발생하면 중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3년간 개물림 사고 치료 환자 6천 여명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개 물림 사고로 119 구급대의 도움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 환자는 6883명이다. 2016년 2111명, 2017년 2404명, 2018년 2368명으로 매년 2000명 이상이 개 물림 사고를 겪고 있다.

계절별로는 야외활동이 많은 5~10월에 월평균 226명으로 연평균 191명보다 18%(35명) 더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령별로는 50대가 1550명, 40대 1241명, 60대 962명, 70대 718명 순으로 집계됐다. 이는 나이가 들수록 사고 위험에 많이 노출된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전국 응급실 손상 환자 153만 명(2011년부터 2016년)을 분석한 결과 이 중 9,966명이 개에 물려 다친 환자였다. 손상 환자 1000 명당 6.5명꼴로 2011년 5.6명에서 2016년 7.6명으로 1.4배 증가했다. 반려견 숫자가 늘면서 덩달아 손상 환자도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전체 '개 물림' 환자 중 입원이나 수술을 하거나, 골절이나 절단을 당한 심각한 손상은 20명 중 1명꼴로 약 5%를 차지했다. 사망자도 3명이나 포함됐다.

연령별 분석 결과 응급실 손상 환자 1, 000명당 초등학생(9명), 성인(7.2명), 청소년(5.9명), 미취학 아동(5.1명), 영아(3.1명), 유아(3명) 순으로 나타났다. 개 물림 사고 피해자가 대부분 어린이일 줄 알았지만, 성인과 청소년도 꽤 높은 비율로 분석됐다.

◆개 물림 사고 견주 처벌 강화?

2017년 10월 유명 음식점 대표가 연예인 가족의 반려견에 물린 뒤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후 맹견 관리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입마개, 목줄 의무 착용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이어지기도 했다.

최근 이 연예인은 드라마 '국민 여러분!'에 출연하면서 2년 전 있었던 반려견 사고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그는 드라마 첫 방송 당일 "저와 관련된 모든 일에 대해서 더욱더 주의하고 신중하고 조심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며 사과했다.

계속되는 개 물림 사고가 잇따르자 국회는 맹견 관리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올 3월 개정된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견주는 반려견 안전관리 위반으로 사람을 숨지게 했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다치게 했을 때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또 지난해 3월부터는 공공장소에서 목줄을 착용하지 않은 경우나 맹견(5종)에 입마개를 씌우지 않는 등 안전조치를 위반한 소유자에 대한 과태료가 1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상향됐다.

하지만 이처럼 관련법 강화에도 불구하고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비율은 낮은 것으로, 여전히 맹견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다수다. 이에 견주의 맹견 관리에 대한 처벌 규정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개에 물리지 않으려면? 물리면 어떻게?

우리 주변 곳곳에서 반려견을 쉽게 볼 수 있으면서 개에 물리는 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개에 물린 사람 20명 중 1명 꼴로 중상을 입었다는 서울대병원 조사 결과를 보면 특히 친척이나 친구, 이웃의 개를 더 조심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다.

연구에 따르면 성인의 경우 60살 이상 고령자가 개에 물렸을 때 중상을 입을 위험이 60살 미만 성인의 2.7배에 달했고 자신의 개가 아닌 친척의 개에 물렸을 때 중상을 입을 위험은 2.4배, 친구나 이웃의 개에 물렸을 때는 1.7배 크다.

연구팀은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의 개에 물리는 사고가 더 위험한 것은 개와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경계심도 덜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려견 목줄 착용이 의무화된 21일 서울 중구의 한 거리에서 외국인이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하고 있다. 21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동물보호법과 시행령·시행규칙에 따르면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테퍼드셔 테리어, 스테퍼드셔 불테리어, 로트와일러 등 맹견은 외출시 입마개를 채워야 하며 유치원과 초등학교 등에 출입이 금지된다. 또한 반려견과 외출시 목줄을 의무적으로 착용해야한다. 이 규정을 지키지 않아 사람이 다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사망했을 경우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연합뉴스
반려견 목줄 착용이 의무화된 21일 서울 중구의 한 거리에서 외국인이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하고 있다. 21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동물보호법과 시행령·시행규칙에 따르면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테퍼드셔 테리어, 스테퍼드셔 불테리어, 로트와일러 등 맹견은 외출시 입마개를 채워야 하며 유치원과 초등학교 등에 출입이 금지된다. 또한 반려견과 외출시 목줄을 의무적으로 착용해야한다. 이 규정을 지키지 않아 사람이 다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사망했을 경우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연합뉴스

소방청은 주인의 허락 없이 개를 만지거나 다가가지 말고 음식을 먹거나 새끼를 키우는 개는 민감하므로 자극하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어린이와 개가 단둘이 있게 하지 말고 외출 시 개는 반드시 목줄과 입마개를 착용시켜야 한다. 개가 공격할 때는 가방과 옷 등으로 신체 접근을 최대한 막는 것이 좋다. 넘어졌을 때에는 몸을 웅크리고 손으로 귀와 목을 감싸 보호해야 한다.

집에서 키우는 반려견이 아니라 맹견을 만났을 때는 무섭다고 뛰거나 뒤돌아서 도망가면 안 된다. 개는 뛰는 것을 추적하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갑자기 뛰어간다면 공격 본능을 자극할 수 있다.

개는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개가 흥미를 잃도록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게 낫다. 이때 눈을 정면으로 응시하기보다는 눈을 내리 깔고 개가 진정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다. 큰 소리를 내거나 몸을 크게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

소방청 관계자는 "개에 물렸을 때는 즉시 흐르는 물로 상처를 씻어주고 출혈이 있는 경우 소독된 거즈로 압박하는 등 응급처치 후 119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며 "신속히 의료기관을 찾아 치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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