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한 마사지 업소에서 일했던 40대 초반의 불법체류 외국인 여성이 지난 3일 AIDS(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합병증으로 숨졌다는 기사가 9일 매일신문에 처음 보도됐다.
사망 사실은 에이즈 예방법 등을 근거로 당국에 의해 철저히 숨겨졌다. 매일신문 보도 이후 전국적 이슈로 떠오르자 한 당국자는 "알려지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라며 불편해 했다.
경찰과 보건당국, 출입국관리소 등이 여성의 과거 행적을 파악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지만 이미 숨진 뒤여서 쉽지 않았다.
보도 이후 포항은 혼란에 빠졌다. 에이즈 검사 여부를 묻는 시민들의 문의가 이어지자 지역 병·의원들은 도리어 언론사에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보건당국이 발 빠르게 움직이지 못한 탓이다. 사흘이 지나서야 보건소는 에이즈 예방 및 검사 정보를 시민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혹시 에이즈가 의심된다면 익명으로 검사받은 뒤 전화로 결과를 통보받을 수 있다며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켰다.
사건과 직접 관련이 있는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마저 우왕좌왕이었다. 취재가 시작된 5일 매일신문과의 통화에서는 "해당 여성의 행적에 대한 파악을 모두 마쳤다. 다만 규정에 따라 밝힐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행적 파악을 묻는 질문이 매일같이 이어지자 11일엔 "잘 모르겠다. 기관과 공조해 찾고 있다"며 말을 바꿨다.
1988년 런던에서 열린 세계보건장관회의에서 매년 12월 1일을 에이즈의 날로 지정할 때만 해도 에이즈는 불치병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효과가 있는 백신이 나오면서 그런 인식은 바뀌었다. 초기에 발견해 잘 관리하면 생명에는 지장 없는 병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보건당국의 관리망이 허점을 드러낸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관리 사각지대에서 시작된 에이즈 감염이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관련 기관들은 머리를 맞대 불법체류자 등 에이즈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박승혁 경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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