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고 한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데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은 없을 듯하다. 우리나라 검찰은 무소불위의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혹자는 경찰도 힘이 세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러나 경찰이 가진 힘은 숫자가 많은 데서 나오는 규모의 경제일 뿐이다. 현행 형사법 체계에서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다. 또 검사동일체라는 원칙에 따라 상명하복의 엄격한 위계질서를 가지고 있다. 경찰은 검찰의 수사 지휘를 받아야 하며 체포와 구속 및 압수수색은 반드시 검찰을 통해야 법원의 영장을 받을 수 있다.
필자가 현직에 있을 당시 경찰은 현직 세무서장의 비위를 밝히기 위해 그가 골프 접대를 받은 골프장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일곱 번이나 신청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부장검사로 재직하는 친동생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소문이 파다했으나 경찰로서는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워낙 서슬이 시퍼렇다 보니 언론도 경찰은 쥐 잡듯 하지만 검찰이라는 고양이 앞에서는 방울을 달기 주저한다.
검찰은 청와대도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 듯하다. 물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처음에는 검찰도 웅크리고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정부의 실세가 비리에 연루되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한다. 사정의 칼을 검찰이 쥐게 되는 것이다. 법대로 한다는데 청와대인들 어쩔 것인가? 검찰은 그때부터 권력의 시녀가 아니라 스스로 살아 움직이는 권력 자체가 되는 것이다.
이렇듯 막강한 검찰이니 태생적으로 부패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누가 우리를 건드리겠느냐는 특권의식과 우월의식에 가득 차게 되는 것이다. 최근 전직 고위 검찰 간부의 성폭행 의혹은 다른 방법으로는 설명할 길이 없다. 또 피의자를 모욕주고 창피 주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강압수사가 횡행하게 된다. 검찰 수사 도중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들을 들자면 대기업 총수에서 전직 대통령까지 그 끝이 없을 정도이다.
최근 버닝썬 사건으로 경찰비리가 불거져 나오면서 수사권 조정에 대한 동력도 약화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경찰의 비리는 기본적으로 개인적인 것이다. 워낙 숫자가 많다 보니 별별 사람이 다 있기 마련이다. 또 아직 봉급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니 이런저런 유혹에 노출된 경찰관들 중 일부가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수사권 조정이 되어 경찰의 권한이 강화되더라도 경찰은 최소한 언론의 감시와 검찰의 강제수사 통제하에 있다. 현재의 검찰처럼 무소불위의 권력과는 비교 자체가 되지 못한다. 자치경찰제도 수사권 조정을 통해 강화된 경찰의 힘을 분산시킬 수 있는, 한편에서 강화된 힘을 통제하고 견제하는 한 방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법치국가에서 최고의 권력은 사법권이다. 권력은 독점되어서는 안 되고 서로 견제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공수처를 설치하고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검찰이 가진 독점적 권한을 분산시켜 검찰-경찰-공수처가 솥발처럼 서로 견제하고 감시하는 시스템이 가장 효율적이다. 청렴해진 사회는 국가경쟁력을 향상시켜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하루빨리 공수처와 수사권 조정이 현실화되기를 기대한다. 이런 게 진정한 개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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