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포스코의 만성적 일탈, 경영진 철학 부재 탓 아닌가

포스코의 납품 비리 사건과 협력 업체에 대한 갑질 횡포, 대기오염 물질 배출 등 최근 잇따른 악재로 지역민들의 걱정이 크다. 특히 포스코는 첫 출발인 포철 설립 당시 과거 일제 식민지배에 따른 대일(對日) 청구권 자금이 들어간 만큼 국가 재건을 바란 국민적 기업이나 다름없다. 전폭적인 국가 지원으로 만들었으니 모범 경영을 바라는 국민적 여망은 당연한 일이다.

일본의 전범 기업들은 과거 한국인의 희생을 담보로 성장했다. 이와 달리 포스코는 선조가 식민지배로 치른 피의 대가 일부로 출발한 국민 기업이다. 이런 바탕에다 우리 민족 특유의 근면과 창의, 창업 지도부의 남다른 경영 철학에 지역민의 애정과 뭇 고통 감수로 세계 정상에 선 자랑스러운 기업이다.

국민의 자긍심이 된 포스코의 이런 기업 역사는 시대 흐름 속 사적(邪的) 이해관계가 깃든 정치권 입김으로 퇴보됐다. 창업 정신과 경영 철학도 다르지 않다. 회사 안팎에 터진 억대 금품이 오간 협력 업체 납품 비리 악순환, 공사를 둘러싼 갑질 횡포, 대기오염 물질 배출과 쇳가루 공해 등의 일탈 문화는 만성적일 만큼 우려스럽다.

사법 처리 등으로 일부나마 드러나는 이런 포스코의 퇴행적 기업 문화가 근절되지 않고 여전한 까닭은 자명하다. 무엇보다 정권 교체와 함께 비록 경영진 인물도 달라졌지만 겉모습, 무늬만 바뀐 탓이다. 국민 기업의 역사에 오롯이 담긴, 지역과 함께 상생하는 정신을 잊은 경영 철학의 부재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참사는 안타깝지만 포스코의 현주소이다.

지금이라도 포스코 경영진은 기업사에 깃든 정신을 되새기는 성찰이 절실하다. 또 지역과 협력 업체를 비롯한 공동체를 위한 배려에 나서야 한다. 대구경북은 물론 나라에서도 자랑스러운 기업으로서 포스코의 역할은 아무리 내세워도 모자랄 판이다. 이런 기업 문화는 경영진이 앞장설 때 가능해진다는 사실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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