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 1호 상생장터 남부시장 출발부터 삐걱

토지와 건축물을 최소 5년간 무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조건
건물주는 임대수입 감소를, 상인들은 내쫓겨 오갈 데 없는 상황을 우려
대구시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 "예산 추가 배분 및 인프라 확충도 고려"

손님의 발길이 끊기면서 황량한 대구 남부시장에 대구경북 상생장터 설립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일부 건물주와 상인들의 반발이 만만찮다. 이곳은 한 때 130여개 상가가 성황을 이뤘지만 지금은 대부분 문을 닫거나 창고 등으로 임대되고 현재는 10여개 가게만 문을 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ameil.com
손님의 발길이 끊기면서 황량한 대구 남부시장에 대구경북 상생장터 설립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일부 건물주와 상인들의 반발이 만만찮다. 이곳은 한 때 130여개 상가가 성황을 이뤘지만 지금은 대부분 문을 닫거나 창고 등으로 임대되고 현재는 10여개 가게만 문을 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ameil.com

대구시가 전통시장 상권을 살리기 위해 대구경북 상생장터(이하 상생장터)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1호 상생장터 유력 후보지로 떠오른 남구 남부시장에서 사업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토지와 건축물을 최소 5년간 무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조건 탓에 건물주는 임대수입 감소를, 상인들은 내쫓겨 오갈 데 없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생장터는 지난해 8월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상북도지사가 대구경북 한뿌리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경제공동체 실현을 약속하면서 첫 논의가 시작됐다. 우수농산물 산지인 경북과 대규모 소비지인 대구를 연결해 직거래 시장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대구시는 지난해 말까지 대구지역 전통시장 38곳을 전수조사해 최근 전통시장 5곳(남부·산격·대명·서부·수성시장)을 선정했다. 시는 이 중 1~2곳을 최종 선정한 뒤 올 12월까지 20억원을 투입해 시장 내 공실을 경북 시·군별 특산물 직거래 장터, 전통 맛집, 커뮤니티 시설 등으로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시장 내 토지·건축물을 최소 5년간 무상 임대해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상인회와 건물 소유주가 반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장터 조성에 따른 무허가 건물 철거, 세입자 이주비 등 관련 경비 보상도 불가능해 세입자들의 반발도 만만찮다.

남부시장 건물주와 상인들은 "낙후된 곳을 개발시키는 것은 좋지만 시에서 무턱대고 토지와 건물부터 내놓으라고 한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건물주 A(78) 씨는 "5년 동안 공짜로 건물을 내놓는다고 해서 과연 상권이 얼마나 살아나겠느냐"고 했다.

10년째 이곳에 세를 얻어 장사하는 B(59) 씨도 "당장 나갈 곳도 없는데 왜 세입자인 상인들이 쫓겨나야 하느냐. 지천에 대형마트가 널렸는데 아무리 돈을 투자한다고 한들 시장으로 사람들이 발길을 옮기지 않을 것"이라고 푸념했다.

현재 남부시장은 존폐의 기로에 선 위기 상황이다. 22일 오후 찾은 남부시장은 영업하는 점포가 10곳이 채 안 됐다. 130여개에 달하는 상가 중 70% 이상이 창고로 임대되고 있어 오가는 사람도 거의 없이 을씨년스러운 모습이었다.

이런 탓에 대구시와 남구청은 "건물주와 상인들이 지역발전 관점에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사업을 봐 달라"고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후보지 5곳 중에 남부시장이 가장 낙후돼 있지만, 도시철도 접근성 등 입지가 좋아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다"며 "예산 추가 배분 및 인프라 확충도 고려하고 있으며, 무상임대 기간 5년도 주민들 입장에서 조율해 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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