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에서 추락·조난 등 산악사고는 매년 반복된다. 지금껏 수 많은 산악구조 출동을 한 울릉119안전센터 전경중(59·소방위) 팀장의 이야기다. 그는 울릉도 지역 특별채용으로 소방관을 시작했고 24년째 근무 중이다.
십 수년 전 3월 중순쯤이다. 울산에서 여행 온 엄마·딸2명·아들 일가족을 구조했다. 이들은 성인봉(987m) 산행에 나섰고, 나리분지로 내려오다가 계곡에서 조난됐다. 아래는 절벽, 위로는 비탈진 눈 밭 뿐인 상황. 구조 요청을 위해 아들 혼자서 나리분지 마을까지 내려와 조난 신고를 했다.
전 팀장은 "출동해 나리분지에 도착하니 날은 어두워졌다. 조난자들의 위치 확인 후, 혼자서 구조에 나섰고 조난자들을 저녁 7시쯤 찾았다. 손전등 하나로 그들을 데리고 다시 말잔등(968m) 산 꼭대기로 오르기 시작해, 5시간 만에 산 정상에 있는 공군부대 레이더 기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군 작전용 케이블카를 타고 나리분지로 내려오니 새벽 2시쯤 됐다"고 했다.
"혼자서 한 가족을 구조해야만 하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큰 딸이 체력고갈로 힘들어 해, 내 몸과 그녀의 몸을 밧줄로 묶었다. 온 몸은 땀과 눈으로 젖었다. 움직이지 않으면 모두 얼어 죽을 수도 있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산악구조 출동시 길안내가 제일 중요하다. 울릉도 지형과 지명을 기본적으로 알아야한다. 까끼등, 웃대바우, 지겟골 등 주민들이 사용해 온 지역 이름이 많아 타지에서 온 직원들에게는 낯설다. 직원들이 보통 1~2년 근무 후 다시 육지로 나가기 때문에 울릉도 현지 소방관들이 필요하다"고 전 팀장은 덧붙였다.
울릉도는 서·남해에 있는 섬들과 달리 높은 산과 깊은 골짜기가 많다. 등산객 뿐만 아니라 봄철 산나물을 캐는 지역민들의 추락·조난 사고도 매년 반복된다. 연간 산악구조 출동은 100여건에 이르고 사망사고도 자주 일어난다. 구조 수요는 해마다 늘지만, 울릉도는 현지 소방관들이 산악구조에 나설수 밖에 없다.
공영식(54·소방경) 울릉119안전센터장은 "우리 센터에는 특별한 임무가 하나 더 있다. 산악구조대 역할이다. 산악구조는 소방서가 담당하지만 울릉도에는 소방서가 없다. 소방파출소격인 119안전센터가 화재와 구급 출동뿐만 아니라 구조업무도 맡고 있다"며 소방관들의 어려움을 말했다.
현재 울릉119안전센터는 포항남부소방서에 속해 있다. 다행히 경북도는 2022년까지 울릉소방서를 신설할 계획이다. 더 급한 것은 울릉도 출신 소방관의 충원이다. 전 팀장은 내년 12월 퇴직이다. 그는 울릉도 출신 후배 소방관들을 가르칠 기회가 주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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