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엔드게임'(이하 엔드게임)이 모든 극장의 스크린을 집어 삼켜버렸다.
개봉 전 예매 티켓이 200만장이나 팔려나갔으니 흥행 '돌풍'이 아니라 '광풍' 수준이다. 필자도 지난 수요일(24일) 오전 7시 영화관을 찾았는데, 그 시간에 앞 줄을 빼고 빈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예매율 96.9%. 게임은 끝이다.
'흉탄'을 피해 개봉일을 연기하는 바람에 굵직한 새 영화도 없는 셈.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의 다큐멘터리 영화 '안도 타다오'와 아일랜드 두 소년의 사랑을 그린 '하트 스톤'이 개봉했지만, 언제 '엔드게임'으로 바뀔지 모르는 상황이다.
'엔드게임'의 전편인 '어벤져스:인피니티 워'가 지난해 2천460개 스크린으로 시작해서 개봉 며칠 만에 2천550개까지 늘렸다. '엔드게임'은 약 2천800여개 스크린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 스크린 2천890개(2018년 통계)에서 100여개를 뺀 나머지가 모두 한 영화로 채워지는 것이다.
당연히 독과점 시비가 인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시장논리를 내세우고, 한국 영화인들은 할리우드 영화의 이런 스크린 독점이 반문화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급기야 지난 22일 '스크린 상한제' 도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스크린 상한제'는 관객이 몰리는 주요 시간대에 특정 영화의 스크린 수룰 제한하는 제도다.
이 제도의 도입을 담은 개정안이 총 3건이나 국회에 계류중이다. 하지만 이 법안은 여야 쟁점 법안으로 분류돼 2년 넘게 국회에만 머물고 있다.
과거에는 어땠을까?
70,80년대 한일극장에서 상영하는 성룡영화를 보기 위해 대구백화점까지 줄을 섰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때는 전국에 상영되는 영화 프린트 벌수가 제한돼 있었다. 16개만 전국 극장에 유통되도록 법으로 정해 놓았다. 그래서 대도시에 1~2개, 중도시에 1개 정도 겨우 돌아갈 여유밖에 없었다. 그래서 대구에는 1개 영화관에서만 상영될 수 있었다.
이런 경우에 당연히 암표가 성행했고, 대형 극장이 유리하다 보니 극장 좌석수가 1천 석이 넘었다. 스크린 사이즈도 커 영화를 보는 맛이 지금보다는 훨씬 좋았다.
이 규정이 없어진 것이 1994년 이었다. 이때 이런 기사가 보도됐다. '올해부터 직배사들은 흥행성이 높아 보이는 영화를 20∼30벌씩 복사, 한꺼번에 풀어놓고 있으며, 이 같은 경향은 극장가가 뜨거워지면서 더욱 강화되고 있다. 월트 디즈니의 새 만화영화 '라이언 킹'은 32벌의 프린트를 들여와 내달 9일(1994년 7월)부터 약 한 달동안 서울지역 7개, 지방 25개 극장을 점령하게 되는데 이는 전국적으로 시설과 규모면에서 개봉관으로 사용될 수 있는 영화관 1백60개의 20%에 해당된다.'(1994년 6월 24일)
문화는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시장논리는 경제적 관점이지 문화적 관점이 아니다. 95%가 독점하는 것은 문화의 다양성을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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