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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고령 "고속철도가 저속철도가 되어야 하겠습니까"…역간 가장 적정거리 고령유치 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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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성과 연계성 탁월, 전군민 고령역 유치를 위해 팔 걷어 부쳐

고령에 정차역이 생길 경우의 노선도. 고령군 제공
고령에 정차역이 생길 경우의 노선도. 고령군 제공
고령군민들이 지난 14일 고령역 유치결의대회를 가진 후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고령군 제공
고령군민들이 지난 14일 고령역 유치결의대회를 가진 후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고령군 제공

남부내륙고속철도가 정부의 예타면제사업에 포함되면서 정차역을 유치하려는 지자체들 간의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김천과 거제를 잇는 남부내륙철도건설사업(172.38㎞)에 지방자치단체들이 정차역을 두기 위해 치열한 유치전을 펼치고 있다.

그동안 철도교통의 사각지대로 남아있던 고령군도 이번이 도시발전과 철도유치를 위한 절호의 기회로 삼고 범군민 차원의 유치활동에 뛰어들었다.

◆왜 고령이 최적 정차역인가

역사 유치에 있어서 고령군이 내세우는 가장 큰 장점은 역간 거리이다.

각종 홍보 팸플릿에도 '고속철도가 저속철도가 되면 되겠습니까. 고속철도는 달려야 합니다'며 고령유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신설 예정인 남부내륙고속철도의 전구간 길이는 172.38㎞에 불과하다. 그러나 철도 노선이 통과하는 9개 시·군(김천시, 성주군, 고령군, 합천군, 의령군, 진주시, 고성군, 통영시, 거제시) 모두가 역사 유치를 요구하면서 저속철도의 우려를 낳고 있다.

9개 지역 모두에 역사가 들어선다면 역사간의 거리가 평균 19㎞에 지나지 않아 고속철도가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뢰한 '남부내륙선철도건설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고속철도 역간 적정거리는 57.1㎞로 알려져 있다.

이를 근거로 김천에서 고령 57㎞, 고령에서 진주 57㎞, 진주에서 거제 56㎞이다. 정치적 논리를 제외하면 정차역은 김천에서 거제까지 4곳이면 가장 이상적이라는 판단이 나온다. 고령의 역사 입지가 그만큼 탁월하다는 뜻도 된다.

김인탁 남부내륙고속철도 고령역사유치위원장은 "유치를 원하는 일부 지자체는 '남부내륙고속철도'를 그냥 '남부내륙철도'라고 부르는데, 이는 KDI에서 주장하는 역간 이격거리 보다 훨씬 짧아 고속철도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연계성·접근성도 장점

고령역사 유치의 두 번째 장점은 탁월한 접근성과 사통팔달한 교통망이다.

고령은 2개의 고속도로 IC, 영·호남을 연결하는 광주대구고속도로, 중부내륙 고속도로, 국도 26호, 국도 33호선이 교차하는 뛰어난 접근성과 함께 대구산업선과 연결돼 있다.

특히 대구와 성주군, 해인사와 합천군, 창녕군 등에 인접해 있다.

대구산업선과 연계돼 있고 광주와 대구를 연결하는 달빛내륙철도가 고령을 지나갈 예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고령역은 달빛내륙철도와 남부내륙고속철도의 환승역 역할을 하게 된다.

곽용환 고령군수는 "사통팔달한 교통망, 탁월한 연계성은 왜 고령에 정차역을 두어야 하는지 말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범군민 단위의 유치 움직임

고령역사 유치 움직임은 현재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사회단체는 물론, 관변단체 군 단위, 읍·면·동 전 군민이 팔을 걷어붙였다.

특히 고령군은 부군수를 단장으로 '남부내륙고속철도 고령역 유치추진단'을 구성하고 범군민 유치운동에 들어갔다.

또한 고령군은 민간공동추진위원회 발족식도 갖고 유치결의대회와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고령역 및 대안 노선 검토 용역을 진행 중이며 지난달 열린 대가야체험축제와 체육대회 등 각종 행사에서도 고령역 당위성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45명의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발대식을 가진 고령역유치추진단은 3차례 회의를 통해 고령역 유치에 힘을 보태고 있다.

고령군의회도 지난 3월 고령군의회 임시회를 통해 '남부내륙고속철도 고령역사 유치를 위한 결의문'을 채택, 고령역 유치에 힘을 실었다.

◆남부내륙고속철도 사업은?

지난 1월 정부는 '2019 국가균형발전프로젝트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으로 총 23건, 24조 1천억원 규모의 사업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남부내륙고속철도사업이 4조 7천억원으로 가장 규모가 큰 단일사업이다.

KDI가 발표한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남부내륙고속철도사업은 김천~거제 간 총 172.38㎞ 구간에 4조 7천44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사업으로 김천과 진주는 기존 역사를 활용하고 구간 내에 합천·통영·고성·거제에 4개의 역사를 신설하는 것으로 돼 있다.

역사간 거리가 가장 긴 김천~합천 구간 내인 성주 지역에 1개의 신호장을 설치하는 단선전철로 앞으로 기획재정부 재정사업평가 자문회의 심의를 거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보고 등 행정적 절차를 진행한 후 기본계획 및 실시설계를 진행해 2022년 착공, 2028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사업은 수도권과 남부내륙지역을 직접 연계하는 철도서비스 제공으로 남부내륙 지역의 접근성 개선을 꾀하고 남해안 선벨트 문화·관광 활성화 및 지역연계 협력발전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역간 적정거리 무시하면 경제성 추락

철도선진국 고속철도 개발 비교연구(2015년 한국철도학회 논문)를 보면 최고속도 200㎞/h 이상의 열차를 고속철도로 정의하고 있다.

만약 적정 역간거리(57㎞)보다 짧은 곳에 역이 신설된다면 경제성과 효율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고속철도의 제 역할을 못 한다.

남부내륙고속철도는 2012년 국토교통부에서 시행한 자체 예타에서 비용 대비 편익(B/C)이 0.45로 나왔고 2013년 KDI가 실시한 조사에서도 B/C가 0.72에 그쳐 사업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

B/C가 1 미만이면 사업성이 없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남부내륙고속철도 사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거점 개발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013년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표한 '철도역 간 이격거리 적정화 연구 논문'에서도 고속철도는 역 간 거리가 57.1㎞일 때 가장 경쟁력이 높다고 분석된 바 있다.

고령군 남부내륙고속철도 유치추진단은 "남부내륙고속철도는 접근성과 이용 편의성, 교통 연계성, 최고 운행 속도 등을 충분히 고려해 적정한 역 간 거리 안배가 필요하다"며 "신설 역사도 역간 거리와 주변 연계성, 경제성 등을 종합해 신중히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령군민들이 지난 14일 고령군 일대에서 열린 고령역 유치결의대회를 마친 후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고령군 제공
고령군민들이 지난 14일 고령군 일대에서 열린 고령역 유치결의대회를 마친 후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고령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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