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학교가 지난해 발간한 '경북대 70년사'를 애초 계획보다 적게 발행하고, 이마저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동문이 반발하고 있다.
경북대 개교 73주년 기념식을 하루 앞둔 지난 27일, 경북대 70년사 정상화 동문모임과 ▷경북대민주동문회 ▷경북대법대민주동문회 ▷경북대사회대민주동문회 ▷경북대전자전기컴퓨터민주동문회 ▷재경대구경북민주동문회 ▷전교조 대구지부 등은 공동 성명서를 내고 "국비 5천500만원을 들여 만든 경북대 70년사를 학교 도서관과 국회도서관 등에 정상적으로 배치하라"고 주장했다.
성명서에 따르면 경북대 70년사 집필위원장인 주보돈 경북대 사학과 명예교수를 비롯한 집필위원회는 2016년 10월 원고를 대학 본관에 제출했다. 하지만 대학 측은 김상동 현 총장 취임 후인 2017년 1월부터 집필위원장에게 원고 수정을 요구했다. 총론 부문에 과거 총장 시절에 불거진 행정적 문제 등과 관련해 명예훼손의 소지가 있다며 줄을 그어 고쳐달라고 한 것.
집필위원장은 다소 많은 부분을 수정 후, 사람들에게 명예훼손이 없다는 의견을 구해 발간을 지속적으로 독촉했으나 변호사 2명을 통해 수정을 요구하는 등 발간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2018년 2월, 집필위원장이 정년퇴직하자 학교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10월에 마침내 책을 펴냈다. 하지만 애초 1천권을 발간하기로 한 계획을 대폭 수정해 100부만 찍어냈고, 심지어 발행 일자는 2년 전인 2016년 10월로 인쇄됐다.
주보돈 집필위원장은 "'용비어천가'식의 기록은 진정한 역사서라 볼 수 없다"며 "개인을 비난하기 위함이 아닌 공적 업무를 수행한 데 대한 비판이 담긴 것뿐"이라고 했다. 이어 "학교가 자정(自淨) 기능을 묵과하면서 꿈, 희망도 함께 사라져버렸다"고 개탄했다.

동문모임 등은 학교 측의 은폐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전임 총장 시절의 행정적 문제부터 총장 직선제 폐지 과정에서의 학내 갈등, 총장 공석 사태 등의 내용 때문에 학교가 출판을 계획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
동문모임 등에 따르면 학교가 명예훼손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 부분은 "···자연대 생명과학부의 김사열 교수가 1위로 선출되었다···그러나 교육부는 임명을 거부했다···학교 역시 재선정과 재추천을 하지 않았고, 현재(집필시점)까지 경북대학교의 제18대 총장은 공석이다. 그 빈자리가 너무 커 보인다"라고 서술한 부분이다.
또한 발간된 100부의 책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동문모임 등의 주장이다. 경북대 70년사 정상화 동문모임 관계자는 "경북대 도서관은 물론 전국 대학 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 국회도서관 서가에서 검색조차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동문모임 등은 지난 13일 경북대 측에 ▷출판부수 ▷출판전권이양현황 ▷원고구성 등 경북대 70년사 편찬계획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하지만 답변 대부분을 비공개로 통지 받아, 지난 23일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내달 12일까지 경북대 총장과 본관이 70년사에 대해 진상규명을 하지 않을 시 일부 동문과 교수, 재학생이 나서 2차 시위를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대해 경북대 측은 "변호사 자문을 구해보니, 전임 총장 평가 내용에서 공개 시 명예훼손이 우려되는 부분이 있어 공개를 보류하고 있는 것"이라며 "출판부에서도 역사 기술서로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으나, 만족할 만큼의 수정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