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골 귀촌은 행복하지만 고독하다. 비 오는 날이 계속되면 할 일이 없어 난감하고 고독하다. '고독과 함께라면 나는 외롭지 않아'라는 조르주 무스타키의 패러독스를 영접하더라도 외로울 때는 외롭고야 만다. 이럴 때면 늘 위안을 삼는 좌우명이 있다. 도시에 가도 고독은 여전히 따라온다. 게다가 아까운 돈을 쓰고 나면 더욱 고독해질 것이다. 세상은 친절하기를 바라는 친절하지 않은 사람으로 가득하다.
비 오는 날 마을회관은 오히려 북적인다. 농사 쉬는 날이다. 할머니들이 수제비를 장만하고 '젊은 머슴애(?)'를 부르신다. 참 친절하고 자상한 분들이다. 게다가 혹시 내 입맛에 맞지 않을까 눈치를 살피시는 모습에 죄송한 맘 그지없다. 비 오는 날 수제비는 최상의 음식이다. 나는 여친들의 정성에 보답할 길을 찾는다. 유튜브를 틀어서 인기 가요를 들려드리며 같이 따라 부른다. 후식 커피도 나오고 과일도 나올 때가 많다. 하지만 혼자 집으로 오게 되고 고독도 당연히 따라온다. 텔레비전도 재방송이고 음악도 별 재미없다.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어 더 고독하다. 침대에 누워서 온갖 공상과 걱정을 해본다. 그곳에 해답은 없다. 나이가 들수록 강한 정신을 키워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전화를 자주하는 것도 실례인 듯하고 별 위안도 안 된다.
사르트르가 맞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따지고 보면 진정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다. 그냥 있는 것뿐이다. 인간도 별 이유 없이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원래 결정되어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나를 본질적으로 구속하는 것도 없다. 그러기에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하며 책임을 짊으로써 자기 존재 이유를 만들어 가는 창조자가 돼야 한다.'
산업화를 먼저 겪은 서양 사람이 고독 속에서 실존철학과 선진 예술을 창조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귀촌인에게도 고독에 맞서는 실존철학이 필요한 것 같다. 내 인생 내가 선택했으니 행동하고 끝까지 충실하자고 다짐해본다. 세상은 고독한 사람으로 가득 차 있으니 고독하지 않지 않은가.
대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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