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지 못 할 이야기 한 토막. 오래전 서울에서 점잖은 손님들이 찾아왔다. '동인동 찜갈비 맛이 끝내준다'며 앞장서 길잡이 역할을 하였다. 그런데 막상 음식이 나오자 분위기가 썰렁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우그러지고 찌그러진 양재기를 보는 순간 다들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이건 '개밥그릇도 아니고' 하면서 마뜩찮게 여겼다.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뚝배기보다 장맛'이라며 먹기 시작하였다. 다들 마지못해 한두 점씩 먹는가 싶더니, 그릇을 다 비우고 나자 표정들이 환하게 밝아졌다.
찜갈비는 대구를 대표하는 오래된 맛이다. 동인동 찜갈비집은 먹고 살기 위해 가게를 열었다. 그게 돈벌이가 되겠다는 생각에서 하나둘 가게를 차림으로써 마침내 집단을 이루었다. 그동안 입 소문을 타고 전국적인 명물거리로 발전하였다. 이곳 가게 주인들은 이미 오래 전에 '동인찜'이란 공동상호로 특허를 받았다.
1960년대 후반의 대구는 갈비와 불고기의 전성기였다. 찜갈비도 그 연장선상에서 생겨난 음식이라고 보면 된다. 그 당시 동인동 일대는 주택가였고, 도로는 포장이 되지 않았으며, 승용차가 비켜가기조차 쉽지 않은 좁은 골목길이었다. 그러다가 1975년 도로가 포장되자 한 집 두 집 가게가 들어서면서 집단을 이루었다. 이 골목에서 가장 오래된 가게는 1968년에 문을 연 '실비 찜갈비식당'이다.

갈비찜과 찜갈비는 비슷한 이름이지만 조리법이 다르다. 갈비찜은 삶은 밤 은행 석이채 같은 재료가 들어가지만, 찜갈비에는 그런 게 들어가지 않는다. 다만 고춧가루 마늘 설탕 한약재 같은 재료를 넣고 잘 버무린다. 또한 먹는 방법도 다르다. 먼저 반주 삼아 술을 한잔 곁들이면서 고기부터 먹고, 그 다음 양념에다 뜨거운 밥을 비벼서 먹는 게 좋다. 먹는 동안 입안이 얼얼해지고 이마에는 땀이 흘러내리게 마련인데, 반찬으로 나오는 물김치와 백김치로 얼얼해진 입안을 다스리면 개운해진다.

서울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도 찜갈비가 있다. 그렇지만 동인동 찜갈비와는 딴맛이다. 그 비결은 양념에 있다. 마늘이 맛을 좌우한다고 할 수 있는데, 마늘의 강한 향을 다스리자면 불의 강약을 잘 조절할 줄 알아야 된다. 불이 너무 강하면 마늘이 푹 익어서 향이 다 날아가 버리고, 너무 약하면 매운 맛이 남아 있어서 거부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불길을 다스려야 하는데, 말이야 쉽지만 제대로 배우려면 10년은 족히 고생해야 터득할 수 있다. 다른 지역 주방장들이 몰래 숨어들어 이 집 저 집 다니며 먹어보고 물어도 보았으나 헛수고로 끝나고 말았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양재기도 단단히 한몫을 하였다. 양재기는 다른 용기에 비해 열전도율이 좋다. 빨리 달지만 쉬 식지 않고, 기름이 잘 굳지 않는 장점이 있다. 그로 해서 우그러지고 찌그러져 볼품없는 양재기가 동인동 찜갈비의 대명사로 통하기도 하였다. 지금은 모두 위생적인 스테인리스 그릇으로 바꾸었지만.
김종욱 문화사랑방 허허재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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