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혈세 낭비도 모자라 국민 우롱하는 일부 공직자 권력형 비리

경북 일부 시·군 공직자의 '권력형 비리'가 감사원 특별감사에서 무더기로 적발됐다. 감사원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전후한 과도기의 지방 토착 비리를 점검하면서 도시계획 및 인허가, 계약, 회계, 인사 등 4개 분야를 집중 감사했다. 그 결과 일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위법·부당한 업무 처리로 특정인에게 특혜를 주거나 직접 지원금을 챙기다가 들통이 나 파면·수사요청 등 징계 처분을 받았다.

감사원이 적발한 공직자 비리는 영천과 포항, 상주, 김천, 경주시 등 5개 지자체에서 모두 15건이다. 일선 공무원은 물론 전직 시장, 시의원 등 소위 유력자의 권력형 부정부패와 불법행위가 드러나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지연과 학연 등을 연결고리로 특혜를 주고받거나 특정인이 계약을 따도록 하급 실무자를 압박하는 구조적 권력형 유착관계가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지역 공무원들이 주도한 이런 비리는 단순히 가까운 사람에게 작은 편의를 봐주는 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이번 감사에서 보듯 밑 빠진 독처럼 새어나간 혈세가 수십억원에 이른다. 실무 담당자임에도 억대의 과수원 폐업지원금을 부당하게 수령한 후 관련 서류를 파기하거나 지인에게 지원금을 받게 해준 뒤 사례금을 챙긴 영천시 공무원 사례는 거의 막장 수준이다. 도로와 다리를 건설하면서 시의원의 청탁을 들어주거나 시의원이 소속된 업체에 공사를 맡겼다 수십억원의 세금을 낭비하고, 부당한 보상비를 지급해 혈세를 축내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이번에 드러난 비리는 어쩌면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 쉬쉬하고 넘어간 지방 공무원의 부정부패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감사원이 15건의 비리 중 파면 징계와 수사 요청한 것은 고작 4건이다. 나머지는 주의와 통보, 현지 조치로 매듭지었다. 이런 솜방망이 처벌이 비리를 부추긴다는 여론도 만만찮음을 상기할 때 더욱 엄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허술한 감독과 허약한 징벌 구조가 계속된다면 비리가 독버섯처럼 번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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