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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평의 귀촌한담] 즐거운 산골 복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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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평(가야명상연구원장. 대구대학교 명예교수)
전영평(가야명상연구원장. 대구대학교 명예교수)

요즘처럼 온 천지가 더울 때는 산골도 예외는 아니다. 계속되는 무더위는 사람을 지치게 하고 뭔가 맛난 보양식을 자연스레 찾게 하나 보다. 지혜로운 조상들은 더위 타임을 셋으로 구분하고 삼복더위라 불렀다. 그러고는 복날 음식을 장만하여 즐겁게 더위를 이겨냈다. 삼복의 기원은 중국 진·한시대부터라고 한다.

조상님들은 삼복을 구분하고 때에 맞게 고기 음식을 드시고 목욕을 하고 복날 제사를 지냈다. 중국에서도 개장국은 대표적인 삼복더위 음식이었다고 한다.

요즘은 개고기를 피하고 삼계탕으로 대신하는 사람이 많지만 개고기는 천년 넘게 이어온 민속 식품이었고 동의보감에서도 그 약효를 인정할 정도다. 올해는 월복이라 하여 초복과 중복 간격이 10일, 중복과 말복 간격이 20일이나 된다고 한다. 더위가 길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내가 사는 학계마을에도 한여름 보신 음식을 즐기는 풍습이 있다. 청장년 남자들은 시원한 정자 근처에서 개장국을 먹거나, 닭볶음탕, 민물매운탕을 해서 소주와 함께 맛나게 먹는다. 할머니들은 마을회관에서 주로 닭백숙을 드신다. 80살 넘게 사신 할머니들은 음식 맛 구분을 참 잘하신다. 어린 닭은 살집도 없고 맛도 별로라시면서 늙은 닭이 맛도 좋고 먹을 것도 많다고 하신다. 주변 양계장이나 자손들이 가져오는 닭은 할머니들이 좋아하시는 복날 음식이 된다.

가마솥에 엄나무, 오가피, 황기, 인삼을 달인 후에 큰 닭 몇 마리를 넣고 끓이다가 녹두, 찹쌀, 마늘을 넣어 닭백숙을 장만하신다. 진정 깊은 맛이 우러난 고급스러운 닭백숙이다. 음식남녀라 했던가. 음식은 모든 관계의 시작이며 끝이다. 요즘같이 덥고 입맛 없어지는 복날에는 생명 유지 차원이 아니라 웰빙 차원에서 맛난 음식을 드시라고 권한다.

마을회관엔 복날이 되면 여기저기서 수박이 들어온다. 마침 할머니가 냉장고에서 수박을 꺼내 썰어주신다. 고마운 마음으로 청정 산골의 기운과 함께 한 입 깨문다. 따듯한 인정의 맛을 더더욱 느끼게 해주는 즐거운 삼복더위가 분명할지어다.

가야명상연구원장'대구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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