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민 '역린' 건드린 조국, 딸 입시 과정 진짜 문제 있었나

대입 불공정 큰 폭발력…'금수저 특혜'에 박탈감
당시 대입 전형에 대한 몰이해가 논란 부추겨

23일 오후 서울 고려대 중앙광장에서 학생들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딸의 고려대 입학 과정에 대해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고, 촛불 대신 휴대전화 불빛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오후 서울 고려대 중앙광장에서 학생들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딸의 고려대 입학 과정에 대해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고, 촛불 대신 휴대전화 불빛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역린(逆鱗). 용의 턱밑에 거슬러 난 비늘이다. 건드려선 안 되는 부분이란 뜻으로 쓴다. 대한민국 국민에겐 자녀 교육, 특히 대학입시와 병역 문제가 그것이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딸이 '잘난' 아버지를 둔 덕분에 대학입시에서 '금수저' 특혜를 받았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하지만 교육계 현장에 있는 이들은 대학입시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그에 대한 비난이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입 비리 논란, 논문이 특히 문제?

"최근 술자리에 몇 차례 나가 보니 교육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불만이 크더군요. 이화여대 입시 비리에 휘말렸던,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 빗대 '조유라'라는 말까지 나오기도 했습니다."

한 고교 진학 담당 교사 A씨는 "한국에서 대입 문제의 불공정 논란은 정말 폭발력이 큰 사안이라는 걸 새삼 느끼는 중"이라며 이 같은 사례를 들었다. 대학생과 자녀가 대학생인 이들, 고교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분노가 특히 크다. 상대적 박탈감 또한 상당하다.

이번 사태로 대학 현장에선 연구윤리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조 후보자의 딸을 둘러싼 여러 논란 중 2008년 대한병리학회에 제출한 논문에 이름을 올리는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돼서다.

지난 4월 교육부는 전국 4년제 대학 전임교원 7만5천명을 대상으로 미성년 자녀의 논문 공저자 등록 실태를 조사·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모두 138건, 대구경북에선 대학 6곳에서 22건의 논문에 미성년 자녀가 공저자로 등록됐다.

미성년자가 논문 작성에 참여하는 건 가능하다. 하지만 연구에 기여하지 않는 이를 저자로 표시하는 건 연구 부정행위다. 교육부는 부당 저자 표시로 최종 확인되면 입학 취소나 사업비 환수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교육부 소속 교육신뢰회복추진단이 경북대를 비롯한 전국 15개 대학을 대상으로 이달까지 특별감사를 실시 중이다.

지역 대학의 B교수는 "연구윤리 문제는 실제보다 감춰지기도, 부풀려지기도 한다"며 "조 후보자 등 당사자의 해명을 들어보는 게 먼저다. 그러고도 문제가 있다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26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단이 마련된 서울 적선현대빌딩으로 출근해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26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단이 마련된 서울 적선현대빌딩으로 출근해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당시 대입 전형 활용한 것뿐

10년 이상 대입 변화 과정을 챙겨온 입시 전문가 중 일부는 들끓는 여론과 다른 얘기를 풀어놓았다. 조 후보자의 딸이 대학에 진학할 2010년 당시 대입 전형에 대한 몰이해가 이 같은 논란을 부추겼다는 게 핵심이다.

2010년 무렵은 입학사정관제전형 도입 초창기였다. 조 후보자의 딸이 지원한 고려대 세계선도인재전형은 이 전형 방식을 적용해 1단계에서 학생부 60% 등, 2단계에서 1단계 성적에다 면접 30%로 선발했다. 입학사정관제전형은 현재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불린다.

입시 전문가 C씨는 "당시 논문은 내용의 수준을 살피는 게 아니라 학생의 관심을 파악하는 정도로 쓰였다"며 "특히 그 무렵 외고 등 최상위권 특목고에선 조 후보자의 딸처럼 교수 등 전문가의 힘을 빌려 논문을 쓰는 게 유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전형에 지원한 수험생 다수가 비슷한 '스펙'을 가졌을 것이다. 논문 수준이 남달라 합격한 거라면 다른 합격자보다 내신 성적이 상당히 낮아야 말이 된다"며 "조직적 차원의 입시 비리가 아니라면 조 후보자 딸의 내신 성적이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전문가 D씨는 애초 이 전형을 만든 게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당 전형 자체가 논란이 많았다. 외고 등 특목고 출신에 특화된 전형이었기 때문"이라며 "이 전형 지원자를 탓하기 전에 해당 전형을 만든 이들을 비판하는 게 먼저 아니냐"고 되물었다.

다만 조 후보자가 고개를 숙일 부분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대학교수 E씨는 "조 후보자가 특목고 우대 풍조를 비판한 적이 있는데 외고에 다닌 딸이 특목고를 노골적으로 우대하는 전형으로 합격했다"며 "불법이 없었더라도 도의적 비난은 피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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