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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 증후군 앓는 다섯살 예슬이…"재활치료 한번 못해주는 엄마라 가슴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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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가 급격히 퇴행하는 희귀 발달장애…보조기구 착용하고도 잠시도 홀로 못 서 있어

이채진(39·가명) 씨가 예슬이(5·가명)와 걷기연습을 하다 말고 딸을 꼭 안아주고 있다. 모녀는 전문적인 치료 대신 집에서 틈틈이 다리운동을 하지만 예슬이는 두 다리로 10초도 서 있지 못한다. 이주형 기자.
이채진(39·가명) 씨가 예슬이(5·가명)와 걷기연습을 하다 말고 딸을 꼭 안아주고 있다. 모녀는 전문적인 치료 대신 집에서 틈틈이 다리운동을 하지만 예슬이는 두 다리로 10초도 서 있지 못한다. 이주형 기자.

이채진(39·가명) 씨는 손으로 바닥을 쳤다가 다시 입으로 가져가는 행동을 연신 반복하고 있는 예슬(5·가명)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 씨는 병원 한 번 갈 일 없을만큼 건강했던 예슬이가 하루아침에 난치병 판정을 받은 것이 사실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이 씨는 예슬이의 난치병 판정 이후 사업실패와 이혼까지 겪어야 했다. 소나기처럼 퍼붓는 불행 때문이었을까. 이 씨 역시 귀 질환인 미니에르 병에 걸려 극심한 이명증과 어지럼증을 겪고 있다. 하지만 약조차 제대로 복용할수 없다. 약을 먹고 나면 너무 무기력해져 어린 딸을 돌볼수 없는 탓이다.

◆사형선고 같았던 난치병 진단

건강했던 예슬이는 두 돌을 넘길 무렵 갑작스런 독감증세와 함께 급격히 체중이 감소했다. 수차례 병원을 방문 찾은 결과는 레트 증후군. 이 질환은 유전자 이상으로 생후 18개월까지 정상 발육을 하다가 이후 신체가 급격히 퇴행하는 희귀한 발달장애다. 뇌 성장, 운동·언어 기능이 발달하지 못해 제대로 걷지 못하거나, 손을 원하는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또 말이 어눌해지거나 자폐증세를 보이는 등 신체·정신적으로 다양한 증상을 드러낸다.

예슬이는 무릎 넘게까지 올라오는 보정기를 착용하고도 잠시도 홀로 서 있을 수 없을 정도로 다리가 약하다. 16kg이 넘었던 몸무게는 11.5kg로 감소했다. 이 씨가 끼니마다 고기를 넣어 고단백 식단을 만들어 먹여보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다. 체중감소와 성장둔화도 레트증후군의 증상 중 하나다.

다행히 2017년 11월 희귀 난치병으로 산전특례 대상에 선정돼 그나마 더 이상 치료비 부담은 덜었지만, 여기까지 오기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예슬이의 멀쩡한 겉모습에 사람들이 별일 아니라고 넘겨짚는 탓이다. 이 씨는 딸이 장애인이 아니라고 등록을 거부하는 동사무소 직원을 7개월 넘게 설득해 결국 지난해 8월에야 뇌병변·지체 장애 1급 판정을 받을 수 있었다.

대구 근교에 살던 이 씨는 딸의 치료에 집중하기 위해 지난 3월 대구로 이사했다. 이 씨는 "예슬이가 걷기는 커녕 서지있도 못하는데 어린이집에서 화장실 세면대에 혼자 놔둬 넘어져 턱이 다 깨지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예슬이를 돌봐줄 어린이집을 구하기도 힘이 들어 항의도 못했다"며 울음을 터트렸다.

◆ 사업실패, 이혼에 질병까지 "어떻게 살지 막막해"

이 씨는 딸에게 아무런 애정을 느끼지 못하는 전 남편과 2년 전 갈라섰다. 이 씨는 "딸을 동물 취급하면서 폭언을 쏟고 방임하는 모습에 내가 아는 사람이 맞나 싶었다. 딸을 위해 이혼을 결심했다"고 했다.

일정한 벌이가 없던 남편을 대신해서 이 씨가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카페를 운영했지만 그마저도 폐업하고 빚만 남았다. 이 씨는 "예슬이가 건강할 때 카페를 시작했는데 그 뒤 거짓말처럼 몸 상태가 나빠져 일을 못하는 날이 많았다"면서 "이후 예슬이의 병간호에 이혼까지 겪으면서 결국 폐업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는 센터·복지관의 대기순번은 수개월은 혹은 2년까지 밀려 있다. 퇴행 속도가 빠른 예슬이에게는 너무 긴 시간이다.

지난달부터 나오기 시작한 기초생활수급금 40만 원과 전 남편이 보내주기로 한 양육비로는 먹고살기도 빠듯해 사설 치료는 꿈도 못 꾸는 형편이다. 이 씨는 "재활기구를 사비로 구매하고 영수증을 제출하면 되돌려 받을 수 있다고 들었는데 당장 통장에 여웃돈 단 5만원이 없는 형편"이라며 "딸이 안쓰럽지만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는 현실에 가슴만 찢어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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