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학술 논문의 저자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과거에도 수차례 논문 내용과 저자 문제로 이슈가 된 사례가 있었다. 연구의 도덕성과 신뢰성은 논문의 내용뿐만 아니라 저자의 역할과 그에 따른 순서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국연구재단에서 올해 발간한 '윤리적인 연구 출판을 위한 국제 규범'에 따르면 '부당 저자 표시'를 연구부정행위로 간주하고 가이드를 제시했다.
이 번역서에는 국제의학학술지 편집인위원회(International Committee of Medical Journal Editors, ICMJE)의 권고안과 영국 소재 출판윤리위원회(Committee on Publication Ethics, COPE)와 세계의학편집인협의회(World Association of Medical Editors, WAME)의 주요 지침들이 포함되어 있지만 문화나 관습에 따라서 차이를 보인다.
요즘 연구 논문에는 많은 저자가 참여하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비중이 있는 우수한 논문들은 국내외 연구자 간 공동연구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흔하다. 과학기술 분야에서 개인이 혼자 연구하는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기 때문에 공동연구의 경우 저자 문제에서 문화적인 충돌이나 갈등이 발생하곤 한다.
논문에서 제1저자와 교신저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고 하겠다. 공저자를 동일하게 보는 시각도 있지만 논문이 연구 업적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면서 좋은 논문일수록 저자 순서에 대한 공방이 치열하다. 그래서 공동 제1저자나 공동 교신 논문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언어 문제는 어떤가? 국제적으로 잘 알려진 논문에 투고를 하려면 영문으로 작성해야 한다. 하지만 영어만 잘한다고 논문을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연구 논문에는 정형화된 틀이 있고 분명한 기승전결을 가지고 써야 하며 학위과정 동안 부단한 노력을 해야 영어로 논문 작성을 할 수 있다.
연구 논문에서 가장 중요하게 차지하는 것이 결과를 고찰하는 부분이다. 새롭게 발견된 연구 결과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든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학문적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 필자의 논문에도 국제 분업을 통한 많은 참여 인력이 있다. 물질의 합성부터 분석과 응용 그리고 데이터 정리와 삽화에 이르기까지 공저자의 역할을 분명하게 해주고 갈등이 생기는 경우 연구노트를 기준으로 교통정리를 한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논문 작성 과정에서 세계적인 석학들과 의견을 교환하고 표현을 다듬고 리뷰를 같이하여 학술적인 완성도를 높이려고 힘쓴다. 마지막으로 모두가 동의해야 투고가 이루어진다. 이후에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교신저자가 최종적으로 책임을 진다.
이러한 고도의 국제 분업을 위해서는 데이터의 신뢰와 깔끔한 초안이 마련되어야 하는데 혹독한 수련을 거쳐야만 가능한 일이다. 필자의 연구실은 연구가 시작되면 최소 수십 차례의 회의를 거친다. 투고를 위한 최종본이 완성되면 다시 한방에 모여서 서너 시간 동안 이 잡듯이 오탈자를 잡고 표현을 살핀다.
학술지와 수개월에 걸친 검증을 마치고 출판 직전에 최종 검토를 할 때도 다시 모여서 서너 시간 이상 사투를 벌인다. 우리 연구실에서 나간 논문에는 참여한 연구자의 숨결이 느껴지도록 하고 있다. 논문은 땀을 잉크로 바꾸는 작업이고 종이에 영혼을 담는 과정이다. 학생들과 참여 연구자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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