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당정치로 거듭난 대구 기초의회에서 정당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갈등이 조례 제정 반대로 이어지는 등 의정에까지 악영향을 미쳐 주민 피해도 우려된다.
◆달서구 "윤리특위 재편 앙금" vs "실적 의식, 1당 독식 반대"
대구 달서구의회는 최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대표발의하고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이름을 올린 조례안 2개를 같은 날 부결시켜 논란을 빚었다.
지난달 27일 제265회 달서구의회 임시회 1차 본회의 조례심사 중 경제도시위원회는 전날 민주당 이신자·김정윤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감정노동자 권리보호', '보행권 확보 및 보행환경 개선' 조례안을 모두 부결했다.
각 조례를 공동발의한 일부 한국당 의원들조차 조례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해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앞서 선임한 후임 윤리특별위원장의 성향 문제로 한국당 의원들이 앙심을 품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조례 심사를 직전 달서구의회는 서민우 무소속 의원, 박정환 한국당 의원을 각각 후임 윤리특위 위원장, 부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윤리특위 임기는 1년으로, 전임 홍복조(민주당) 위원장이 중도 사임해 이신자(민주당) 부위원장이 한동안 그 역할을 했다.
신임 서 위원장은 한국당 출신이다. 지난해 같은 당 출신 김화덕 의원이 전반기 의장 후보로 출마하자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그를 지지했다가 김 의원과 같이 당원권 2년 정지 처분을 받고 탈당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조례심사를 앞두고 몇몇 한국당 의원이 '민주당 의석이 늘자 자기들 마음대로 의정을 휘두른다'며 무례한 언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당 의원들은 민주당 의원들의 불필요한 조례 발의가 잦았고, 윤리특위 위원장을 민주당 측 인사가 독식해 문제라는 입장이다.
조례를 공동발의한 한 한국당 의원은 "심사 때 조례를 따져보니 필요성이 크지 않아 보였다. 최근 민주당 공천 심사를 의식한 '실적 쌓기용' 5분 발언, 조례 발의가 잦았는데 이번 조례도 그 연장선이라 생각했다. 타당했다면 당연히 찬성했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한국당 의원도 "서 위원장은 탈당을 전후해 민주당과 더 가까운 모습이다. 윤리특위는 동료 의원 잘잘못을 따지는 자리인데 민주당 측 위원장이 3명 연속 맡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상극 달서구의회 의장은 이번 사태가 한시적이라며, 장기화하지 않도록 중재한다는 방침이다. 최 의장은 "평소 다른 정당 소속 의원끼리도 친밀하게 교류한다. 의장단 구성, 조례 발의 등 문제로 주민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의원들을 아우르겠다"고 했다.
◆동구·북구도 "의원직 상실 공석 우리가 메워야"
동구의회는 지난달 20일 한국당 소속 구의원 2명이 이재만 전 대구시장 후보 불법 선거운동에 연루돼 의원직을 상실하자, 공석이 된 상임위원장 직을 놓고 볼썽사나운 내홍을 이어가고 있다. 이곳은 의원직 상실 결과로 민주당 8명, 한국당 7명, 바른미래당 1명 등 최근 민주당이 득세했다.
한국당은 황종옥(한국당) 전 운영자치행정위원장을 대신해 이주용(한국당) 부위원장이 직무 대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부위원장 역시 불법 선거운동 사건에 연루돼 벌금 80만원 형을 받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데, 오는 11월 그의 의원직 상실 여부가 가려지기까지 신임 위원장을 선출하지 않고 기다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당 한 의원은 "이 부위원장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운영위에서만 2명의 결원이 생겨 상임위를 전면 재구성해야 한다. 내년 재보선 일정을 고려하면 의회 운영에 혼란이 생길 것"이라며 "일단 부위원장 체제로 혼란을 최소화하고 판결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같은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부위원장의 직무대행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의원 구성상 제1정당이 바뀌어 상임위원장직 배분을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지방선거 직후 동구의회 의장단 상임위원장 3석 중 2석을 다수당이던 한국당이 차지했다. 이에 운영위 소속 의원 4명 중 이 부위원장을 제외한 모두가 '민주당 위원장' 선임에 찬성했고, 그 결정에 따라야 한다는 게 민주당 측 주장이다.
민주당 한 구의원은 "이 부위원장이 항소심 판결대로 의원직 상실을 면하더라도 그가 불법 선거운동에 가담했다는 사실은 변치 않는다.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공석이 된 자리를 역시 같은 사건으로 재판받는 이 부위원장이 대행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북구의회에서도 신경희(한국당) 부의장이 같은 불법 선거운동에 연루되자 공석이 된 부의장 자리를 놓고 냉랭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북구의회는 현재 자유한국당 10석, 더불어민주당 8석으로 한국당이 여전히 다수다. 양당 의원들은 부의장 선출에 대한 의사표현을 먼저 했다가 자칫 갈등 시발점을 제공, 부의장 선출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우려하며 눈치싸움만 벌이고 있다.
북구의회 한 의원은 "직접적인 의사표현은 못 하고 있지만, 최대한 이르고 올바르게 부의장을 선출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눈치만 봐서는 의사 진행만 늦어진다. 양당이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 협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정열 북구의회 의장은 "부의장직 임무는 비교적 크지 않아 조속히 선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늦어도 11월 2차 정례회까지는 의원들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갈등 양상이 주민들에게 피해로 돌아간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한 구의원은 "기초의회는 정당에 상관없이 주민들의 삶을 위해 노력하고, 풀뿌리 민주주의로서의 역할을 하는 곳"이라며 "중앙정치권의 나쁜 점만 답습하는 등 볼썽사나운 대결구도가 만들어져 지난 추석 연휴 주민들에게 '동네 반상회라도 하는 것이냐'는 등 많은 질타를 들었다. 의원들이 다 함께 반성하고 정상적인 기초의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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