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 칼럼] 20대 국회에서의 유종의 미를 기대하며

법무법인 천우 이정호 변호사

이정호 변호사
이정호 변호사

내년 정부 예산안 513조원 규모
예산 늘면 세수도 늘어야 하는데
현실은 국채 발행으로 충당 계획
여야 생산적 정책 논의 이뤄져야

20대 국회가 마지막 정기회 일정을 보내고 있다. 국정감사 시즌도 도래했다. 정부 부처나 여러 피감기관에서 가장 분주한 때가 됐다.

그러나 국회의 본질적 기능은 뭐라 해도 입법 작용에 있다. 감사 기능을 통해 타 국가기관을 견제하고 비리를 적발해내는 역할도 하겠으나 국민이 헌법을 통해 국회에 수권한 핵심 기능은 입법권이다.

입법은 단순히 법령 제·개정에 그치는 일이 아니다. 정부나 국회에서 사회 분석이나 여론조사를 통해 확보한 정책 이슈를 법률에 반영시키고, 신규 법령을 통해 정부 정책 방향과 재량을 한계 지우는 견인 기능을 갖는다.

이번 정기국회에서도 각 정당 의원들이 발의, 소관 위원회 심사를 거쳤거나 이미 본회의에 부의된 많은 법률안이 최종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그중에는 사회경제적 중대 사안에 관해 긴 시간 심도 깊은 토의와 공청 절차를 거쳐 제도 시행을 만인이 기다리는 법안도 꽤 된다. 그렇지만 막상 눈앞의 현실에는 법무부 장관 임명 후폭풍과 검찰 개혁 등 정치적 이슈만이 시야에 차 있다. 과연 국회가 국민을 대표해 중요 민생 법안 심사에 최선을 다할지 의구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법률 자체는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의안은 예산안이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513조원 규모로 전년 대비 43조원 증액 편성했다.

그런데 예산이 늘면 세수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 있어야 하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국채 발행 등으로 증가한 예산을 충당하려다 보니 국가 채무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민생이 어려우니 이를 해결하기 위한 나라 곳간인들 편할 리가 없을 것이다. 이에 야당에서는 아예 정부가 나라 부채로 예산을 함부로 증액하지 못하도록 나라 부채 한도를 정하는 재정건전화법안을 발의, 견제하고 있다.

정작 필요한 논의는 예산이 왜 늘어나야 하는지, 그 대안은 무엇인지, 민간 분야의 소득과 세수를 함께 높일 수 있는 현실적 해법 등에 집중돼야 할 터인데, 얼마나 깊이 있고 생산적인 정책 논의가 이뤄질지 의문이다. 현실을 당장 직시하자면, 지속적인 경기 침체와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의 어려움 등을 즉시 타개할 대안으로 대증요법마저도 필요한 시기에 이른 게 아닌지 우려를 지울 수 없다.

법안과 관련해서는 여야를 불문하고 경제 분야를 포함한 중점 처리 법안들을 내세우고 있다. 여당은 특히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소재·부품 전문기업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소재·부품·장비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별조치법으로 제명을 변경하고 해당 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자고 한다. 야당은 최근 민부론을 기치로 하여 국민부담경감 3법이라든가 소득주도성장 폐기 법안 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여야가 공통적으로 중점을 두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 경우에는 오랜 기간 법안 정쟁을 거쳐왔음에도 현실은 소관 위원회 상정 단계에 그쳐 향후 미래 전략산업 분야로서의 서비스산업 육성에 관해 입법적 방향타 역할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과 같은 경제 활성화 법안들은 신속히 본회의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여야가 힘을 모으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법안들의 처리를 위한 국회의 노력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철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여당은 지지율 하락과 검찰 개혁 이슈 등 정치 현안을 타개하려 경제나 민생 분야의 법안 심사나 처리에는 정작 소홀하지 않은지 성찰하여야 할 것이다. 정책 결과를 놓고 실증적으로 제기되는 비판에 대해 겸허히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야당은 정부의 경제정책상 과오에 대해 문제 제기나 비판만 내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고통받는 기업이나 가계의 목소리처럼 더 절실함을 담아 수준 높은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국가 재정을 건전하게 하자는 재정건전화법안, 경제구조 개혁으로 성장의 과실을 가계나 기업에 귀속시키자는 민부론은 둘 다 해법이라기보다 문제 제기로만 보이며, 실효적 대안으로는 서로 어울리지도 않아 보인다.

민감한 패스트트랙 법안들이 상정돼 표결에 이르는 때가 되면 또다시 혼탁해진 정치가 자활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경제의 발목을 잡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기우에 그칠 수 있도록, 얼마 남지 않은 20대 국회는 마지막 회기를 마치는 날까지 철저하게 민생법안의 신속한 처리에 집중함으로써 지난 회기의 부진을 충분히 만회하는 유종의 미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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