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 울진군 태풍 '미탁' 후 고립 마을…이재민들 어쩌나

계곡물 길어 세수하고, 지원받은 생수로 연명
끊어진 길 이어도 예전 생활 복귀는 언제일 지 기약 없어

태풍
태풍 '미탁'으로 인해 무너진 경북 울진군 북면 소곡리 마을의 유일한 출입구. 이 마을은 5일 동안 고립됐다가 8일 어설프게나마 흙으로 임시 복구해 구조차량이 겨우 출입할 수 있게 됐다. 상수도와 전기는 여전히 끊긴 상태다. 신동우 기자

8일 오전 경북 울진군 북면 소곡리 마을 입구. 굴삭기 등 대형 건설장비들이 굉음을 내며 흙더미를 퍼 나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마을을 잇는 작은 길은 어른 키 서너 명에 이르는 깊이의 구덩이로 폭삭 내려 앉았다. 물에 휩쓸려 떠내려 온 바위와 나무더미를 치우고 빈 구덩이는 흙더미로 메웠다. 아스팔트에 비하면 조악한 수준이지만, 그래도 사흘만에 틔어진 숨구멍이다.

안전 문제로 아직 일반인 출입은 통제되고 있지만, 겨우 마련된 도로를 따라 구호물품을 실은 트럭들과 식수를 담은 소방차가 줄을 잇는다. 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하루 아침에 길이 막히고 전기, 수도도 끊겼다"며 "집 뒤에 계곡이 있어 씻는 물은 거기서 퍼오고, 사람들이 가져다 준 촛불과 음식으로 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울진군 북면 소곡리의 한 주민이 인근 계곡에서 길러온 물을 옮기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지난 태풍
울진군 북면 소곡리의 한 주민이 인근 계곡에서 길러온 물을 옮기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지난 태풍 '미탁'으로 도로는 물론 상하수도와 전기마저 끊겨 힘겨운 하루를 보내고 있다. 신동우 기자

소곡리 주민 30여명(20가구)는 태풍 '미탁'이 몰아친 지난 4일부터 1970년대 삶으로 돌아갔다. 불어난 하천에 상하수도가 대부분 망가지고, 전봇대까지 쓰러져 밤이면 희미한 촛불 빛에 의지하며 지내고 있다. 마을 출입로가 막힌 탓에 구호물품과 생수 등은 공무원들이 직접 손으로 들고 날라야 했다.

태풍 때문에 고립된 곳은 소곡리만이 아니다. 울진읍 호월1리(2가구)와 신림1리(2가구) 등의 주민 5명도 지난 7일 일부 도로가 뚫리며 겨우 한숨을 돌렸다. 구호물자와 응급차량, 복구장비 등이 간신히 오갈 정도는 됐다.

울진군에 따르면 폭우가 쏟아진 첫 날 울진지역에서 발생한 고립지역은 5개 읍·면 21개리(657가구·1천248명)에 달한다.

모두 순차적으로 도로 복구가 이뤄져 완전 고립 상태는 벗어났지만 인력 및 장비 부족 탓에 상수도와 전기 복구 등은 아직 이뤄지지 않은 곳이 있다.

울진군에 따르면 8일 현재 정전은 전체 352가구 중 62가구, 상수도 단수는 전체 759건 중 29건 등이 복구되지 못했다.

산기슭 32곳이 아직 흙더미에 묻혀 있거나 무너져 내린 상태이고, 주택 217가구, 농경지 193ha, 축사 69농가(1천23㎡)가 복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경북도가 6일 울진지역에 특별교부세 15억원을 지원했지만 아직 응급복구에만 50억원가량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울진군이 행정안전부 재난관리 업무포탈(NDMS)에 기록한 자료에 따르면 공식적인 피해 및 복구금액만 132억6천900만원(공공시설 109억8천700만원·사유시설 22억8천200만원)에 달한다. 당장 급한 응급복구 금액과 정부의 깐깐한 규정에 맞춘 최소 한도의 피해 금액이다. 앞으로 모든 피해를 복구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3천억원이란 거액이 들어갈 것으로 울진군은 예상보고 있다.

한편 지난 7일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피해현장을 찾았고, 해당 직원이 울진에 머물며 울진군과 함께 특별재난지역 선포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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