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훈민정음 상주본 국민반환 서명운동을 벌인 고교생들(매일신문 10월 8일 자 2면 등)이 9일 소장자 배익기 씨를 찾아 상주본 반환 및 공개 요청서를 전달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11시 15분쯤 상주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만나 매일신문 취재차량에 탑승, 배 씨의 낙동면 사무실로 이동했다. 상주고 김동윤 군과 상주 우석여고 김나현, 서울 해성여고 김영연·안효리 양 등 3개 고교를 대표한 2학년 4명이 동참했다.
이들은 상주고 380명과 우석여고 330명, 서울 해성여고 120명, 세종국제고 80명 등 1천여 명의 상주본 반환 촉구서명이 담긴 요청서와 손편지 200여 통을 배 씨에게 전달했다.

색종이 등에 쓰여진 학생들의 손편지에는 '글이 말을 담는 그릇이라면 훈민정음은 가장 아름다운 그릇이다', '깨어난 상주본 모두가 마주해야 합니다. 잃지 않겠습니다. 우리가 지키겠습니다'는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앞서 학생들의 방문 소식을 접하고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던 배 씨는 이날 양복을 차려 입고 학생들을 맞았다.
그는 "학생들의 순수한 마음을 이해한다. 그 뜻을 잘 반영하겠다"면서도 '상주본을 두고 얽혀 있는 사연을 (너희는) 이해하지 못한다'는 의미의 말을 하기도 했다.
상주본의 보관 상태를 묻는 학생들의 질문에 배 씨는 "보관은 그 다음 문제고 소유가 누구냐가 먼저 진상 규명이 돼야 한다"며 "박물관 보다는 못하지만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해 보관하고 있다"고 했다.
학생들의 상주본 반환 요구에는 "원래 국가 소유로 있었던 것이 아니다. 맞지 않는 말"이라며 "나의 억울함도 살펴줘야 한다"고 답했다.

김동윤 군은 배 씨에게 멈춰진 벽시계도 전달했다. 배 씨가 상주본을 소장하고 난 뒤 멈춰진 시계처럼 상주본이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에서다.
이에 대해 배 씨는 "오히려 내가 상주본을 발견했기 때문에 수백년간 멈춰진 상주본의 시계가 돌아가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배 씨와의 만남 후 학생들은 "상주본을 공개하지 않는 배 씨는 세종의 정신을 왜곡하고 역사를 역행하고 있는 것 같다"며 "한글날을 맞아 세종의 참 정신을 배 씨가 다시 한 번 잘 새겼으면 좋겠다. 상주본 반환 운동을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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