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제품 출시, 불매운동, 주세법 개정... 맥주업계 변화의 소용돌이

하이트진로 테라 돌풍 속 카스 가격 올렸다 내렸다
일본 맥주 존재감 사라지고 수제 맥주는 종량세 업고 도약 준비

맥주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10년 간 국산 맥주는 카스가, 수입 맥주는 아사히 등 일본 맥주가 1위 자리를 공고히 했으나 경쟁사의 신제품 출시, 불매운동 여파로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내년에는 주세법 종량세 개정으로 가격 구조까지 바뀔 전망이라 맥주시장 판도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상위권 혼전

오비맥주 카스. 오비맥주 제공
오비맥주 카스. 오비맥주 제공

오비맥주의 카스는 10년 가까이 이어오던 왕좌가 위태위태하다. 2011년부터 지금까지 분기별 판매량에서 꾸준히 1등을 차지했던 카스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소매점 기준 카스후레쉬, 카스라이트의 시장점유율은 41.2%를 기록했다. 하이트진로의 소매점 기준 맥주 매출점유율은 19.8%를 기록했다. 1분기보다 2.9%p(포인트) 증가했지만 오비맥주와 두 배 이상 차이 난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지난 3월 하이트진로가 출시한 맥주 '테라'에 소주 '참이슬'을 섞는 이른바 '테슬라' 마케팅이 성공하면서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출시 101일만에 1억병 판매를 달성한 테라는 올 여름 맥주 시장에서 가장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카스가 소매점에서 앞섰다지만 소매점 비중은 전체 시장의 40% 안팎에 그치는 만큼 음식점, 주점 판매까지 포함하면 실제 판세는 뒤집어졌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이트진로 테라. 하이트진로 제공
하이트진로 테라. 하이트진로 제공

오비맥주는 이달 21일부터 카스 전 제품 출고가를 평균 4.7% 인하한다고 최근 밝혔다. 올해 들어 4번째 가격 조정이다. 카스 출고가는 500㎖ 기준 1천147원이었는데 지난 4월 4일 1203.22원으로 인상했다. 7월부터 다시 1천147원으로 되돌렸다가 지난달 1일엔 올렸던 가격(1203.22원)을 1천147원으로 환원했다. 오비맥주는 원가 상승 요인으로 가격을 인상했으나 주세법 개정을 감안, 가격을 낮춘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카스의 매우 잦은 가격 변경을 두고 업계에서는 테라 견제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출고가 변경이 흔하지 않은데다 똑같은 여건 속에서 오비맥주만 가격을 여러차례 조정했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는 2016년 12월 이후 맥주 제품 출고가를 바꾸지 않았다. 롯데주류도 2014년 출시한 클라우드 출고가를 지난 6월 단 한 차례 10.6% 인상했다.

◆불매운동 된서리 일본 맥주

'수입 맥주의 왕'으로 군림하던 일본 맥주는 불매운동에 사실상 퇴출됐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 맥주 수입액은 6천 달러에 그치며 국가별 수입 순위가 28위까지 추락했다. 1만7천 달러 상당이 수입된 사이프러스 맥주(25위), 8천 달러 어치가 수입된 터키 맥주(26위)에도 밀렸다. 대신 중국 맥주가 지난달 375만 달러 어치가 수입되며 8월에 이어 2달 연속 수입 맥주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미국 맥주가 263만 달러로 2위, 네덜란드 맥주가 253만 달러로 3위를 기록했다.

롯데주류는 불매운동 유탄을 맞은 모습이다. 롯데주류가 일본 기업이라는 허위 사실이 유포되면서다. 롯데주류는 허위 사실을 유포한 20명을 고소·고발하는 등 법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고 지난 2일 밝히기도 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롯데주류의 2분기 맥주 시장점유율은 1분기 대비 0.9%p포인트 줄어든 4.7%를 기록했다. 롯데주류 측은 세재 개편을 앞두고 재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생산량을 조절했으며, 가동률 감소는 일시적 현상으로 누적 수치는 작년과 큰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설레는 수제 맥주

'윗동네'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과 달리 수제 맥주 업계는 땅 속에서 내년 봄 새싹을 틔울 준비를하고 있다. 맥주에 부과하는 세금이 가격에서 용량으로 바뀌는 '종량세' 개정안 시행이 내년 초로 다가오면서 기회를 맞았기 때문이다.

원가에 따라 일정 비율의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에서는 원가가 비쌀수록 세금도 많이 내야 한다.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원가가 높은 수제맥주로서는 기존 종가세보다 종량세가 훨씬 유리하다.

대구의 대표적인 수제맥주 업체인 대경맥주도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문준기 대경맥주 대표이사는 "대구경북을 대표 하는 수제맥주로 자리잡고자 유통망을 지금보다 훨씬 넓게 구축하겠다"며 "생산설비 확충이나 마케팅 강화에 비용이 많이 들다보니 투자자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시 한림읍에 위치한 제주맥주 양조장 내부. 제주맥주 제공
제주시 한림읍에 위치한 제주맥주 양조장 내부. 제주맥주 제공

수제맥주 업체의 투자 확대 움직임은 전국적으로 나타난다. 제주도 수제맥주 업체인 제주맥주는 지난 7월 생산설비를 기존의 4배 수준으로 늘렸다. 수제맥주 업체 '카브루'도 생산공장을 증설하기 위해 벤처캐피털 투자 유치에 나섰다. 국내 1호 수제맥주 기업 '세븐브로이'와 '크래머리'도 최근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를 통해 자금을 유치했다.

다만 이미 국내 맥주시장의 25% 내외를 차지하는 수입맥주 상당수가 종량세에 따라 가격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섣부른 예측은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구지역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종량세 개정이 되더라도 시행세칙까지 마련되려면 수 개월이 더 걸릴 것 같다. 뚜껑을 열어봐야 판도를 알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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