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광고인이 만난 CEO의 DNA

필자는 CEO에게 남다른 DNA를 목격한 적이 많다. 사진: PIXABAY 제공
필자는 CEO에게 남다른 DNA를 목격한 적이 많다. 사진: PIXABAY 제공

CEO라는 단어는 참 짧다. 고작 3음절이다. 하지만 그 무게는 한없이 무겁다. 경험하지 않고서는 그 무게에 대해서 말하기 힘들다. 필자는 법인 창업자이지만 개인 창업까지 합치면 8년이란 세월을 CEO로 보냈다. 그 시간은 8년이 아니라 마치 80년과 같았다. 아니, 80년 동안 할 일을 8년 만에 압축해서 해버린 느낌이다. 그 정도로 CEO의 삶은 치열하고 고단했다.

남들이 내게 "광고인이란 직업의 최고 장점은 무엇인가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사람을 만나는 일'이라고 답한다. 다른 직업과는 달리 광고인은 CEO와 미팅할 기회가 많다. 기업의 브랜드에 관해 가장 깊이 있게 고민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CEO와의 미팅은 늘 긴장감과 놀라움이 공존한다. 기업의 최고 수장을 만난다는 긴장과 동시에 무언가 특별한 CEO만의 DNA에 놀라움을 느낀다. 이번 칼럼에서는 광고인이 만난 CEO의 DNA에 대해 독자와 공유하려 한다.

첫째, CEO는 돈보다 시간을 중요하게 여긴다. 4년 전 필자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모 회장님과 미팅할 기회가 있었다. CEO를 거쳐 회장님이 되셨는데 테헤란로에 본인 소유 빌딩이 있을 만큼의 부를 축적하신 분이셨다. 그때 후배 창업가인 필자에게 해주신 시간에 대한 말씀은 지금도 생생하다.

"창업하면 집과 회사와의 출퇴근 시간이 5분이 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일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길바닥에 버리는 거예요."

미팅 내내 필자는 선배 창업가 앞에서 작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자투리 시간을 아껴 쓰지 못한 필자의 모습이 초라해 보였다.

CEO는 시간이 가장 소중한 자본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사람들이다. 사진: PIXABAY 제공
CEO는 시간이 가장 소중한 자본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사람들이다. 사진: PIXABAY 제공

둘째, CEO는 틀 밖에서 생각한다. 얼마 전 전기차 관련 CEO분과 미팅할 기회가 있었다. 그분의 고민은 전기차와 관련된 법규가 너무 보수적이라 사업을 팽창시키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기술이 핵심이 되는 4차 산업 시대와는 맞지 않은 법규가 너무 많았다. 여기서 대부분 사람은 푸념하며 중단한다. 그리고 틀 안에서 최대한 적합한 방법을 찾으려 한다.

하지만 그 CEO는 달랐다. 그는 법을 바꾸려고 했다. 법을 바꾸는 방법을 찾고 실제로 법을 바꾸려 전국으로 출장을 다니는 모습을 봤다. 안 되면 되게 만드는 것, 즉 틀 밖에서 생각하는 것이 바로 그들만의 DNA였다.

셋째, CEO는 에너지의 법칙을 이해한다. 올해 여름 필자는 25살에 학원을 인수해 수십억대의 매출을 올린 CEO와 미팅을 했다. 필자는 어떤 브랜드를 광고하기 전에 그 창업가의 인생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버릇이 있다. 그 사람이 어떤 인생을 살았길래 이런 비즈니스를 하게 되었을까를 알면 광고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그 CEO의 경우, 학창 시절 집이 너무 가난해 창업할 수밖에 없었는데 엄청나게 몰입해 학원 경영을 했다고 한다. 그 몰입이 어느 정도였나 하면 토하고 병원에 실려 가서 링거를 맞고 다시 일하고 토하고 다시 일하는 생활의 반복이었다고 한다. 물론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일하는 것이 CEO의 DNA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필자가 감동한 건 그녀가 에너지의 힘을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평범한 노력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노력이 결과를 맺지 못한 채 사라지곤 한다. 100도의 끓는점이 되기 전에 포기하기 때문이다. 그 CEO는 그 끓는점이라는 에너지를 이해하고 있었다. 즉, 남들보다 두, 세배가 아닌 열 배를 더해버린 것이다. 그 결과 그 CEO는 젊은 나이에 슈퍼카 여러 대를 구입할 만큼 엄청난 부를 이루게 되었다.

자신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CEO들의 공통점이 아닐까? 출처: PIXABAY
자신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CEO들의 공통점이 아닐까? 출처: PIXABAY

필자가 만난 CEO들의 DNA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남들과는 다르다는 것이었다. CEO는 평범한 생각과 삶을 거부하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세상에 남들과 같게 태어난 사람이 있을까?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지극히 당연한 사실일지 모른다.

어쩌면 그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고 그대로 살아가려 한 것이 아닌지 모른다. CEO가 이루어낸 사회적인 성공과 부를 보며 부러워하지 말자. 다만, 자신에 대한 이해와 삶을 충분히 사랑한 그들의 모습을 부러워하자.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

'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 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이야기'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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