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서는 쉼표, 그림에서는 여백이 아름다움을 줍니다. 대구시민 삶에도 쉼표가 필요합니다. 시민들이 1년에 단 하루라도 멋진 차림새로 가족, 친구와 오페라를 즐기는 문화가 자리잡도록 힘쓰겠습니다."
지난달 31일 박인건 대구오페라하우스 신임 대표가 취임했다. 수도권은 물론 부산 등 지역에서도 문화예술공연 기관의 행정수장을 맡으며 재단법인화, 경영효율화 선봉에 나서 온 인물이다. 대구 오페라 저변을 좀더 확대하고 기관의 재정자립도를 높이는 게 그의 임기 목표다.
박 대표는 1987년 예술의전당 공연부장으로 시작해 세종문화회관 공연기획부장, 서울 중구문화재단 사장, 경기도문화의전당 사장,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관장, 한국방송공사(KBS)교향악단 사장, 부산문화회관 대표이사 등을 역임하고 이 자리에 왔다. 현재 아시아문화예술진흥연맹(FACP) 부회장을 맡은 등 문화예술행정에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특히 경기도문화의전당과 KBS교향악단, 부산문화회관에선 기관의 재단법인화나 그에 따른 정상화, 효율화를 도맡았다. 정부·지방자치단체 산하 예술기관은 한정된 예산과 부족한 마케팅 능력 탓에 수익을 내기 힘들다. 각 기관이 재단법인화로 이런 한계를 극복할 때 늘 그가 있었다. 조직 구성원들 반발도 컸다.
박 대표는 "경영 효율화는 언제나 힘든 일이다. 나이들거나 기량이 부족한 기존 단원 수십 명을 해촉하면서 원망도 많이 샀다"며 "공무원 신분에 목매는 대신 예술인으로서 기량이 뛰어난 단원을 기용하고, 수익구조 개선을 이끌어야 했다. 조직 미래를 고려했을 때는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박 대표를 이른바 '지역과 서울의 정치, 경제, 문화 전반의 연결 발판'으로 보는 시선도 나온다. 지역 출신의 상대 후보자를 제치고 지역 연고도 없는 그가 선임되면서다. 특히 중앙 보수 정치권 인사들과 두터운 인맥을 자랑하는 '이종덕 사단'에 그가 포함돼 의혹을 더했다.
이종덕 사단은 공연예술 공직에 55년 몸담고 최근 퇴직한 이종덕 전 충무아트홀 사장의 후배 예술경영인들을 이른다. 이 전 사장은 한국문화예술진흥원과 서울예술단,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 성남아트센터 등 국내 숱한 국·공립 예술기관을 숱하게 거쳤다. '이종덕 사단'도 저마다 수도권 예술기관 요직에서 정계 인맥을 다진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이종덕 사단에 포함된 것은 맞지만 정치색 측면에선 이들과 다소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화예술인은 자신의 신념과 별개로 정치적 중립을 유지해야 한다. 정치권과 너무 가까워서도 안 된다"면서 "임기 동안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도록 대구 오페라, 음악계 발전에만 집중하겠다"고 했다.

대구 오페라 기반을 한층 탄탄히 만드는 게 그의 임기 목표다.
박 대표는 취임 날 권영진 대구시장과 만나 오페라 저변 확대와 오페라하우스 수익성 개선 방안을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이에 따라 그는 지역 은행, 도시철도 등 각종 기관과 협조해 오페라하우스와 공연 인지도를 높이는 홍보물을 부착하고 온라인 마케팅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공연장 세팅·연습 기간을 줄이고 무대 가동률을 높여 더 많은 작품을 올리고, 예술 소양이 높은 주부와 휴직자, 장·노년층이 낮에도 오페라를 즐기도록 하는 것도 검토한다. 내년부터는 매년 3~6월 월 1회씩 금난새 지휘자를 초청해 오페라 해설 음악회도 열기로 했다.
박 대표는 "지역 예술인을 육성하는 것도 지역 예술기관의 중요한 역할이다. 전국의 능력있는 인재와 지역 인재를 두루 캐스팅할 방침"이라며 "지역 오피니언 리더와 예술인 단체와 꾸준히 소통해 대구 오페라에 대한 후원과 공감을 얻고, 해외 유명 오페라단과의 단원 교환 협업 프로그램을 도입해 다양한 공연을 무대에 올리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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