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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의 시사로 읽는 한자] 南郭先生(남곽 선생) 실력 없이도 한자리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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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 고려대 사학과 초빙교수
김준 고려대 사학과 초빙교수

중국 전국시대 제(齊)나라의 선왕(宣王)은 우(竽·관악기의 일종) 연주를 즐겨 들었다. 합주를 좋아한 그는 늘 300명의 악사들에게 동시에 연주하게 했다. 어느 날 남곽(南郭)이라는 성을 가진 자가 찾아왔다. 자기도 우를 잘 부니 왕을 위해 연주할 기회를 달라고 했다. 선왕은 크게 기뻐하며 그를 악단에 합류시키고 다른 악사들과 같이 대우했다. 세월이 흘러 선왕이 죽고 아들 민왕(湣王)이 등극했다. 그는 아비와 달리 독주를 좋아했다. 그러자 남곽은 소리 없이 사라졌다.

남곽이라는 자는 원래 처사(處士·할 일 없는 지식인)로서 우를 연주할 줄 몰랐다. 합주 때 연주하는 시늉만 하고 악사로서의 그럴싸한 대우를 누리며 살았던 것이다. 300명이 함께 연주하는 데 남곽이 꼽사리 낀다고 무슨 문제가 있었겠는가. 그는 독주가 아닌 합주라는 허점을 이용했고 왕에게 아부할 줄도 알았던 것이다. 그래서 후세 사람들은 그를 남곽 선생(南郭先生)이라 불렀다. 지금은 실력이 없으면서도 한자리하는 사람을 남곽 선생이라고 비꼬아 말한다. 우를 불 줄도 모르면서 숫자를 채운다는 남우충수(濫竽充數)란 말도 같은 뜻이다.

이 이야기는 신하를 통솔하는 방법을 모은 '한비자'(韓非子) 내저설(內儲說) 상편(上篇)에 나온다. 관리를 임명할 때는 남의 말을 듣지 말고 꼭 한 사람씩 직접 점검할 것을 권하는 이야기다. 예나 지금이나 세상에는 남곽 선생이 많다. 사람들은 자주 남곽 선생의 허풍에 현혹되기도 한다. 교수라고 다 실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종교인이라고 다 신앙에 충실한 것도 아니다. 정치인이라고 다 신념과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또 내 자식 하나 끼워 넣은들 무슨 문제가 될까라고 생각하는 권력도 많다. 남곽 선생들은 아부와 뇌물, 뻔뻔함과 허풍으로 세상을 탁하게 만든다. 어울리지 않는 남곽 선생들을 걸러내고 적임자를 찾는 공정성을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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