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선상 반란

조향래 논설위원
조향래 논설위원

작가 박종윤의 중편 '양들의 반란은 깃발이 없다'는 선상 폭동을 다룬 해양소설이다. 물질주의에 매몰된 현대사회의 단면과 인간의 이기심이 부추기는 적나라한 현실을 선상을 배경으로 생동감 있게 그렸다. 1789년 남태평양에서 일어난 '바운티호 선상 반란'은 세계 해양사상 유명한 사건이다. 반란을 일으킨 동기의 특이성과 드라마틱한 과정 그리고 최후의 비극성 때문에 문학 작품과 영화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선장의 독선적인 항해 방침과 지상낙원 같은 타히티 섬에 안주하고 싶은 선원들의 불만, 망망대해에 구명 보트로 내쫓긴 선장 일행의 40여일만의 구사일생, 반란자 추적 색출과 난파, 남은자들의 도피와 수난 행각이 마치 소설 속의 이야기 같기 때문이다. 항해 중 선상이라는 특별한 공간에서 부딪히는 극도의 부조리한 상황에서 인간의 선택 또한 극단적일 수밖에 없는 것인가.

우리에게 최악의 선상 반란은 '페스카마호' 사건일 것이다. 1996년 여름 남태평양 사모아섬 부근 해상에 있던 원양어선 페스카마호에서 벌어진 일이다. 조선족 선원 6명이 열악한 작업 조건과 강제 하선에 반발해 한국인 7명을 포함한 선원 11명을 무참히 살해한 것이었다. 흉기로 찔러 바다에 버렸는가 하면 냉동창고에 가둬버리기도 했다.

반란자들은 배를 탈취해 일본으로 밀입국하려다 인도네시아 선원들에게 제압되면서 국내로 끌려와 중형을 선고 받았다. 이 비극적인 사건은 '페스카마-고기잡이배'라는 이름의 연극으로도 제작돼 인간의 권리와 존엄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최근 동해상의 북한 오징어잡이 배에서 이와 유사한 사건이 일어났다고 한다. 선장과 동료 선원 16명을 무자비하게 살해하고 남쪽으로 쫓기던 북한 선원 2명이 우리 해군에 붙잡혔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오징어잡이배에서 정녕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우리 정부 당국의 조사를 받자마자 북한 선원들은 왜 또 그렇게 전격적으로 북으로 추방되었는지, 국민들은 궁금할 따름이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와관련 국정조사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 변호를 맡았던 페스카마호 사건 범인들에 대한 입장과 너무도 상반된다는 것이다. 그저 쉬쉬하기만 하니 모든게 의문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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