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국 어선 싹쓸이에…동해안 오징어 "씨 말랐다"

성어기에도 두달째 출어포기·위판장 썰렁…어민들 "대흉어, 재난 수준"
"수십년만에 이러기는 처음"…중국배 북한 수역 싹쓸이가 재앙으로 현실화된 것
"유엔제재 위반이지만 정부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나 대중 대북 목소리 못낸 탓"

21일 포항 죽도시장 한 횟집 수족관에 오징어가 달랑 1마리만 들어있다. 성일권 기자
21일 포항 죽도시장 한 횟집 수족관에 오징어가 달랑 1마리만 들어있다. 성일권 기자

경북 동해안에서 오징어가 씨가 마르고 있다.

어민들은 '대흉어', '재난'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내년 1월까지 이런 상태가 이어지면 선주와 건조공장, 중매인 등 오징어 산업과 관계자들은 모두 망할 것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최근 동해안 항구들에는 한창 성어기인 10월부터 두달 가까이 오징어 어선들이 항포구에 묶여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동해안에 오징어 대흉어로 두달 가까이 출어 하지 못한 오징어배들이 19일 경북 구룡포항에 정박해 있다. 겹겹히 서로 동여맨 모습이 태풍 피항을 연상하게 한다. 김대호 기자
동해안에 오징어 대흉어로 두달 가까이 출어 하지 못한 오징어배들이 19일 경북 구룡포항에 정박해 있다. 겹겹히 서로 동여맨 모습이 태풍 피항을 연상하게 한다. 김대호 기자

'오징어의 섬' 울릉도의 경우 169척의 오징어배 중 130척 정도는 10월부터 출어조차 못했다. 두 차례 출어한 배들이 모두 기름값만 날린 채 허탕치다시피 돌아왔기 때문이다.

김해수(61·광명호·20t) 울릉군 어업인총연합회 회장은 "50년 가까이 오징어를 잡고 있지만, 올해처럼 오징어가 잡히지 않는 해는 처음이다"고 했다.

포항 남구 구룡포항의 경우도 별 반 다르지 않다. 지난해 9, 10월 구룡포수협을 통한 활 오징어 위판량은 각각 14t, 162t이었는데 올해는 9월에 114t에서 10월엔 고작 1.7t이었다.

어업인들은 오징어 흉어의 가장 큰 주범으로 북한 수역에서 입어료를 내고 조업하는 중국 선단의 남획을 꼽고 있다. 명백한 유엔제재 위반임에도 정부가 중국을 향해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모습에도 분노하고 있다.

2017년 12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2397호 6항에는 '결의 2371호 9항의 해산물 분야의 완전금지(수출)가 북한의 조업권(fishing rights)의 직간접 판매 또는 이전도 금지한다는 것을 명확히 한다'고 명시돼 있다.

중국어선의 동해 북한수역 조업은 2004년 114척을 시작으로 매년 늘어 지난해엔 2천 척 이상이 입어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업인들과 수산전문가들은 올 10, 11월 오징어 대흉어도 동해를 남북으로 회유하는 오징어 무리를 중국 어선들이 따라가면서 밤낮으로 싹쓸이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한편, 경북 8개수협과 강원도 어민단체들은 22일 국회에서 '우리바다 살리기 중국어선 대책추진위원회' 창립을 겸한 정책토론회(강석호·김성찬 국회의원 주최)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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