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무모했던 지소미아 파기 결정, 정의용은 책임지고 물러나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오른쪽)과 김현종 2차장이 2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과의 정상회담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오른쪽)과 김현종 2차장이 2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과의 정상회담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권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파기 '게임'이 임시 봉합됐다.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를 논의할 실무자급 협의를 한다는 것이 성과라면 성과일 뿐이다. 그나마 이는 만나서 한번 얘기해 보자는 것일 뿐 합의 도출 가능성은 안갯속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현재 일본의 자세로 보아 문 정권이 원하는 합의 즉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일본이 수용하고 수출규제도 푸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때 문 정권은 '지소미아 종료 유예'를 종료할 수 있을까. 어려울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관측이다. 결국 문 정권은 아무 것도 건진 것 없이 국민 분열을 초래하고 북한 중국에 맞선 한·미·일 안보협력을 흔들어 놓았다. 이런 귀결에 대해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책임져야 한다.

파기 결정부터 종료 유예까지 전 과정을 복기(復碁)해 보면 안보실이 오판했거나 아니면 문재인 대통령에게 거짓 보고를 했다는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는 미국을 끌어들여 일본의 수출규제를 철회시키려고 했다. 한·미·일 안보협력은 물론 중국·러시아에 맞선 인도태평양 전략의 주요 기둥인 지소미아의 파기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이용해 미국으로 하여금 일본을 압박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정반대로 나왔다. 미 국무부와 군 수뇌부가 지소미아 유지를 압박했고 상원까지 문 정부에 초당적 경고를 보냈다. 이를 예상하지 못했다면 변명의 여지가 없는 무능이고 알고도 파기 결정을 건의했다면 용납할 수 없는 거짓말이다. 어느 쪽이 됐든 정의용 실장과 김현종 2차장은 책임져야 한다.

문 대통령 또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지소미아 파기 결정은 국내 정치를 위해 국가 안보를 벼랑 끝으로 몰아간, 위험천만한 도박이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문 대통령은 부인하겠지만, 반일 감정을 고조시켜 내년 총선에 이용해 보겠다는 것이 지소미아 파기 결정의 숨은 의도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 있을 수 없는 비정상이 판을 치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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