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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자의 아이돌 탐구생활] 떨어진 별들에 우리는 책임이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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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이미지 '짜맞추기' 마음에 안들면 '깨부수기'

가수 구하라의 빈소가 25일 오후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이곳은 팬들을 위한 빈소로 가족과 지인을 위한 빈소는 다른 병원에 마련됐다. 사진공동취재단
가수 구하라의 빈소가 25일 오후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이곳은 팬들을 위한 빈소로 가족과 지인을 위한 빈소는 다른 병원에 마련됐다. 사진공동취재단

실로 잔인한 가을이다. 일련의 사건이 이렇게 연속적으로 터지는 걸 보는 것도 드문 일인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지난 달 f(x)(에프엑스)의 전 멤버 설리가 하늘나라로 떠난 뒤 한 달 뒤 '카라'의 전 멤버 구하라도 세상을 떠났다. 두 사람 모두 각자가 활동하던 팀에서는 외모와 넘치는 끼로 만인의 주목을 받던 멤버였고, 세상의 편견이나 시선으로부터 당당하려했던 여성이었다.

구하라의 사망 소식에 이례적으로 반응한 쪽은 미국 언론이다. 미국 공영라디오 NPR은 25일(현지시간) 구씨의 사망을 다룬 기사에서 전 남자친구 최모씨의 구씨 상대 협박 사건을 거론하며 "협박 사건이 알려진 직후 '구하라 동영상'을 비롯한 유사한 검색어가 한국에서 검색 트렌드가 됐다"며 "온라인 댓글을 다는 이들은 악의적인 루머와 비난으로 구씨를 공격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한 술 더 떠서 한국의 대중문화를 "여성 가수들이 데이트를 하거나 심지어 실제적인 삶을 살아서는 안 되고, 대신 엄격한 규범에 맞춰야 하는 산업"이라고 규정했다. 또 "이 산업의 구성원으로서 두 여성의 사생활은 대중에 의해 극심한 검사를 받았고 혐오스러운 온라인 댓글의 주제가 됐다"고 비판했다. 파파라치가 스타들의 사생활 사진을 거침없이 찍어대는 미국에서조차도 우리나라 사회가 스타를 소비하는 행태를 비난하고 나서는 걸 보면 우리가 어떻게 스타를 소비하는지 되돌아봐야 할 시점인 듯하다.

원고지 6~7매 정도 되는 공간에 아이돌에 관한 글을 쓰는 걸 회사에서 허락받고 나서 이 공간을 통해 자주 했던 말 중 하나가 "아이돌은 사람이지 인형이 아니다"라는 말이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아이돌을 마치 피사체, 마네킹, 로봇, 인형처럼 대하는 광경을 마주한다. 가끔씩 올라오는 아이돌 팬사인회 사진을 보면서 느끼는 불편함인데, 모자나 옷 등을 선물하면서 거기서 입어보라고 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아이돌에 대한 팬의 사랑이 느껴지기보다는 내가 보고 싶은 모습으로 어떻게든 아이돌을 짜맞추려는 팬의 욕망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그러다가 마음에 안 드는 어떤 일이 발생하면 아이돌은 마치 망가진 장난감처럼 버려지고 욕한다.

설리와 구하라가 팬의 욕망을 충족시켜주지 않은 적은 없었다. 문제는 팬을 포함한 많은 대중이 설리와 구하라가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로, 혹은 행동거지가 자신의 기대를 배반했다는 이유로 받지 않아도 될 비난을 퍼부었다. 이를 받아쓰며 반성하지 않았던 언론도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반짝이는 두 별이 갑자기 지는 이 상황에 나는 책임이 없는가.' 언론계 종사자로서, 아이돌의 팬으로서 많은 반성을 하게 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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