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헤로니모'(Jeronimo)는 재외동포의 문제를 새롭게 생각하게 해준다. 이 영화는 쿠바의 에네겐 농장에서 노예처럼 일하면서도 이웃 한인들과 매 끼니마다 쌀 한 숟가락씩을 모아 독립운동자금을 지원했던 독립운동가 임천택과 쿠바 한인 최초로 대학에 진학하였을 뿐만 아니라 피델 카스트로와 함께 쿠바혁명의 주역이 된 아들 임은조(헤로니모 임) 등 쿠바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후예들의 삶을 소재로 하고 있다.
이 영화의 감독은 세계에 흩어져 사는 한인 동포들에게 자부심을 주고 한국인들이 생각지 못하는 곳에서도 고국을 그리워하는 한국인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중국, 러시아, 일본 등에 거주하고 있는 재외 동포들은 망국과 식민지, 전쟁으로 인해 기존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 다른 나라로 집단적으로 강제 이주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그래서 이들의 정착지에서의 고통과 집단적 상흔은 너무나 깊고 또 오래된 것이다.
영화에서 잘 보여주지만, 혁명가로서의 삶을 살았던 헤로니모 임에게는 세 가지 꿈이 있었다. 첫째, 쿠바 한인들의 이민 역사를 기록으로 남기는 일. 둘째, 한글학교를 세워 한국의 문화와 역사, 언어를 가르치는 것. 셋째, 쿠바의 한인회를 살리는 것이었다. 헤로니모는 이러한 꿈을 이루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디아스포라였다.
원래 디아스포라의 전통적 개념은 바빌론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유대인들이 다수의 지역으로 이동하게 되는 강제 이주를 지칭하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디아스포라에는 강제 이주, 민족 분산, 비극적 경험의 공유가 가장 중요한 특성으로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과 같은 세계화 시대에는 한국의 재외동포들을 단지 민족적 동질성을 지닌 집단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이들의 삶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일 수 있다.
사실 세계경제의 불균등 성장에 따라 지역 간 노동력의 이동이 대규모로 발생하여 디아스포라가 등장하는 사례도 많이 있다. 한인의 이민사에도 이러한 사실들이 등장하는데,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반 미국의 하와이 사탕수수와 파인애플 농장이나 멕시코 에네켄 농장 노동자로 이주한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 사회도 다양한 디아스포라들이 거주하고 있다. 예를 들면, 공단 지역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도 많이 있고 또 다문화가족을 구성하고 있는 결혼이민여성들도 많이 있다. 한인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미국이나 멕시코로 이주할 때 이들이 품고 있는 꿈은 무엇이었을까. 현재 우리 사회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나 결혼이민여성들이 품고 있는 꿈도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재외동포의 삶과 꿈을 통해 느꼈던 마음을 조금만 반추하여 우리 사회에서 살고 있는 다문화가족을 바라봤으면 한다. 이젠 다문화가족은 우리 사회의 엄연한 구성원이다. 중국 조선족 동포들이든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고려인 동포들이든, 아니면 새롭게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 된 결혼이민여성이나 난민들이든 그들의 애환과 아픔을 함께 이해하면서 따뜻한 시선이 항상 머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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