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칼럼이다. 지인들과의 사이에는 아직도 새해 인사가 오가는 중이다. 뭔가 새해에 걸맞은 글을 한참 궁리하다 포기했다. 공허한 "새해 복 많이" 대신 꼭 하고 싶은 말이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우리 사회 화두를 차지하며 새해 벽두부터 화제에 오르고 있는 검찰에 관한 의견이다. 정부는 '대구 세탁소 집 둘째 딸' 추미애 법무부 장관 임명으로 2020년을 열었다. 1월 2일 아침 7시. 문재인 대통령이 추 장관 임명을 재가한 시각이다. '이례적'이란 단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무릇 모든 정치행위에 메시지가 있다면 청와대의 뜻은 분명해 보인다. 법무부를 통한 '검찰 통제'가 너무도 화급한 과제라는 사실이다. 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강조한 '권력기관 개혁'이나 추 장관 취임사의 검찰 개혁은 같은 맥락이다. 추 장관이 이번 주부터 신속한 인사를 통해 검찰을 장악하려 한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이다. 추 장관이 인사권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의 손발을 자를 것이라는 섬뜩한 표현도 볼 수 있다. 권력 핵심을 향한 검찰 수사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라고도 한다. 조국 의혹 수사,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수사, 울산 선거 개입 의혹 수사, 관련 수사 팀 검사들이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마디로 불편하다.
문 대통령 말대로 대통령은 권력기관을 통제할 수 있는 헌법상 권한이 있다. 법무 장관 또한 인사권, 감찰권, 수사지휘권 등 법률적 권한을 통해 검찰 사무를 지휘감독한다. 하지만 그 권한은 어디까지나 주권자인 국민이 위임한 것이다. 국민의 위임 범위 내에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해야 하는 당위성이 있다. 인사철도 아닌데 갑작스레 인사를 한다? 국민의 주목을 받는 수사 관련자들을 모두 교체한다? 이른바 윤 총장 라인으로 불리는 사람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인사를 한다? 언론의 관측이 사실일 경우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권한 행사로 설득력을 갖기는 어렵다. 문 대통령과 추 장관 모두 합리성을 중시하는 법률가들이다. '조자룡 헌 칼 쓰듯' 권한을 행사하지는 않을 것이라 본다.
"검사는 범죄의 혐의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검사의 의무이다. 수사는 검사의 권한이자 의무이다. 언제가 되었든 검사들은 인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의혹 수사 담당 검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새로 보임된 검사가 이른바 윤 총장 라인이 아니라면 사건을 유야무야 할 수 있을까. 언론의 관측이 현실화 될까. 다시 말하지만 범죄 혐의가 있다면 검사는 수사할 의무가 있다. 대통령 라인이건 장관 라인이건 '수사하여야 한다'는 법률의 명령에서 예외가 있을 수 없다. 현재 진행 중인 수사가 범죄 혐의를 조작한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상당수 국민들이 공수처 설치에 찬성하는 이유를 검사들은 뼈아프게 새겨야 한다. 죽은 권력에는 맹견, 산 권력에는 충견으로 비쳐진 세월이 너무 길었기 때문이다. 국민의 인권 보호보다 조직의 이익 보호를 위해 권한을 남용해왔기 때문이다. 국민에게는 가혹하면서 검사들의 비리에 대해서는 한없이 너그러웠기 때문이다. 비리라는 인식조차 없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오죽하면 없어져야 할 조직이라는 말까지 구성원 입에서 나올 수 있겠는가. 이제 공수처 설치가 확정된 마당이다. 기존의 의식과 관행 모두 혁명적으로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검사와 검찰의 존재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검사들은 우선 출세의 의미부터 인식을 달리 해야 한다. 권력자의 눈에 들어 소위 요직을 독점하는 게 출세 코스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정치 권력의 눈치를 보는 비겁한 검찰 조직 탄생의 근본 원인이 된다. 좌천이라는 관점도 마찬가지로 달라져야 한다. 어디에 근무하든 대한민국 검사는 검사일 뿐이다. 대한민국의 공익을 대표한다는 명예와 자존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반드시 특정 정치 세력과 대립각을 세우라는 주문이 아니다. 문 대통령의 언급처럼 장관은 장관의 일을, 검찰은 검찰의 일을 한다는 당당함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헌법과 법률, 국민에게만 충성하는 검찰. 국민이 검찰에게 듣기 원하는 "새해 복많이 받으시라"는 인사는 바로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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