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日常중국] 종중(從中)인가 파중(怕中)인가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중국이 두려워서인가?

수천 년 동안 조공을 바친 중국은 공공연한 '사대'(事大)까지는 아니더라도 극진하게 대접하고, 일본에 대해서는 '죽창'을 들자고까지 한 우리 정부와 청와대의 자세는 아무래도 정상적인 외교는 아니다.

미국을 따라잡으려는 세계 2위의 경제 대국 중국의 '사드'(THAAD) 보복 조치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데도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는 중국에 아주 만만해보일 것이다. 우리는 아직 사드를 공식 배치하지도 않았는데도 말이다. 지난 연말 한·중·일 정상회담차 베이징을 방문, 시진핑(習近平) 주석을 만난 문재인 대통령은 사드 보복 조치의 하나인 '한한령' (限韓令) 해제 요구를 입 밖에 꺼내지도 못했고, 중국 측이 '문 대통령이 홍콩과 위구르 문제는 중국의 내정으로 인식한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이 일었음에도 청와대는 중국에 항의하거나 발표문 수정을 요청하지 않았다.

일본을 만만하게 보고 지소미아 파기도 불사하면서, 미국에 대해서는 할 말을 다한다는 우리 정부가 중국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못하는 굴욕적인 모습을 자주 노출하고 있어 안타깝다.

이 정부 초대 주중한국대사로 부임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인민대회당 방명록에 '萬折必東'(만절필동)이라고 적으며 머리를 조아릴 때부터 이 정부의 DNA에 각인돼 있는 중국 사대사상을 알아챘어야 했다. '萬折必東'은 '황허(黃河)의 물길이 수없이 꺾여도 결국은 동쪽으로 흐른다'는 뜻으로 중국(명나라)에 대한 조선의 '사대'를 의미한다는 것을 삼척동자도 안다. 문 대통령 역시 2017년 한중 정상회담차 방중해서 '소국'과 '대국'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사대 DNA'를 감추지 않았다.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특보가 중국 학자들이 참석한 포럼에서 '미군 철수 시, 중국의 핵우산 제공 여부 요청'이라는 황당한 언급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중국에 대한 집권 세력의 속마음을 보여준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지만 이젠 누구하나 놀라지도 않는다.

지금 우리 청와대와 정부의 대(對)중 외교는 '친중'(親中)을 넘어 '종중'(從中) 수준이다. 패스트트랙을 통해 국회를 통과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2018년 3월 중국이 헌법 개정을 통해 출범시킨 '국가감찰위원회'와 판박이라는 비아냥까지 듣고 있다.

시 주석 집권과 더불어 법치주의를 앞세운 '부패와의 전쟁'을 지속적으로 벌여온 중국은 부패와의 전쟁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졌다. 시 주석은 그럼에도 부패와의 전쟁을 멈춰서는 안 된다며 헌법 개정을 통해 전 공직자로 감찰을 확대할 수 있는 국가기관을 설치한 것이다.

이 감찰위는 중국 공산당 기율검사위를 확대 개편한 조직이다. 기율검사위의 감찰 대상이 공산당원으로 제한돼 있었다면 국가감찰위는 비당원인 전 공무원으로 확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두 기관은 홈페이지를 같이 쓰고 청사도 공동 사용하고 있는 쌍둥이 조직이다.

기율검사위의 자오러지(趙樂際) 서기와 국가감찰위를 맡은 양샤오두(楊曉渡) 주임 모두 시 주석과 함께 일한 적이 있는 측근 그룹 '시자쥔'(習家軍)에 속하는 핵심 인사들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도 있다.

4일 국가감찰위 홈페이지를 열자 자오쩡융(趙正永) 산시성(陕西省) 당서기가 부패 혐의로 당적을 박탈당하고 조사를 받고 있다는 등 여러 건의 당 고위 간부와 고위 공직자에 대한 감찰 결과가 올라와 있었다. 감찰위는 지난 2년 가까운 짧은 기간 동안 62만 건의 사정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중국을 보면서 국회를 통과한 우리의 공수처를 후반기 국정 드라이브의 동력으로 운용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이니(문재인 대통령 별명) 하고 싶은 대로' 해주고 싶다는 친문, 문빠 팬덤들에게 시 주석이 이끄는 중국은 이 정부가 따라 하고 싶은 모델로 추앙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지 두렵다. 이 정부 들어 종중(從中)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일지도 모른다.

중국에 대한 비판이나 언급을 자제하는 것은 중국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중국이 부러운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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