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수(63) 대구 중구 동인동 주민자치위원장(전 대구시청소년지도협의회장)은 일부 공무원들 사이에 '싸움닭'으로 불린다. 마음 좋은 동네아저씨 인상인데도 불구하고, 청소년에 대한 이슈가 불거지기만 하면 거센 투사로 변한다. 최근에도 한바탕했다. 지난해 9월 전국 최초로 개관한 '동인세대공감 마당' 2층 청소년 공간에 전면 거울을 설치하는 것을 두고 갈등을 빚었다.
"요즘 청소년들은 2, 3명만 모이면 춤을 춥니다. 청소년을 위한 공간이라면서 청소년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하지 못하게 하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어르신들은 투표권이 있어 정치인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청소년 문제는 항상 뒷전으로 밀리는 게 현실입니다."
사실 강 위원장이 2년 전 주민자치위원장(연임 확정)을 자청하고 나선 것은 학부모와 주민·청소년 간 소통의 장소로서 전국 최초의 동인세대공감 마당을 성공적으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어르신과 주민들의 압력으로 인해 청소년을 위한 공간이라는 계획이 틀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그 나름의 안전장치(?)였다.
강 위원장은 대구중구청소년지도협회장(13년 재직), 대구시청소년지도협의회장(2015~2017), 중구청소년문화회관 명예관장(2016~현재), 남산종합복지관 방과후 아카데미 운영위원장(15년째 재직 중), 동인동우리마을교육나눔추진위원장(2013~2015), 대구시청소년육성위원(2016~현재) 등 25년 동안 청소년 문제 해결에 투신해 왔다.
강 위원장은 "마을 공동체가 함께 어린이와 청소년을 키우는, 소외 받는 아이들이 없는 그런 세상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어린 시절!
청도 출생인 강 위원장은 유복한 어린시절을 보냈다. 선친이 공직에서 물러나 대구로 이사오면서 상황은 반전되었다. 1963년 당시 00동은 가난하고 버림받은 동네였다. 얻어 먹고, 주워 먹고, 굶주린 아이들이 즐비했다. 넝마주이(양아치)와 우범 청소년들이 들끓었다. 강 위원장은 청소년들이 저지를 수 있는 범죄란 범죄는 다 볼 수 있는 범죄종합세트와 같았다고 회고했다.
강 위원장 7남매는 이런 지옥에서 살아남기 위해 모두가 무술을 배웠다. 강 위원장은 태권도로 단련했다. 무술을 익힌 7남매라는 배경 덕분에 강 위원장 형제들은 다행히 범죄에 희생되거나 빠지지 않고 청소년기를 보낼 수 있었다. 강 위원장은 "어린 시절 알고 지내던 친구 중에 전과자가 아닌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울 지경"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제대로 공부할 처지가 아니었다. 10대 시절 일찌감치 생활 전선에 나서야 했다. 인쇄공장에 취직해 10년 간 일하면서 한문을 독학했다. 당시 납활자로 문선(활자뽑기)과 편집을 하기 위해서는 한문공부가 필수였다. 인쇄업 환경이 바뀌면서 필경사(글씨 쓰는 직업)로 전업을 하기도 했다. 대통령 초도방문 때 행사내용을 병풍에 써달라는 요청을 받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틀간 씨름한 완벽한 작업의 대가로 평소의 30배가 넘는 사례비를 받기도 했다.
'동인동'은 강 위원장에게 아주 특별한 마을이다. 1980년대 중반, 바로 동인동에서 인쇄공장을 창업해 비로소 어엿한 사회인으로 우뚝설 수 있었기 때문이다. 거리를 배회하고 방황하는 청소년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사업이 안정된 1995년쯤이었다.
▶"아이들에게 지옥을 물려줄 순 없다"
"청소년지도위원을 자청했습니다. 거리를 배회하는 청소년들을 보면 내 어린 시절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아이들을 생지옥 같은 상황에서 구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생겼습니다."
강 위원장이 청소년 운동에 남은 인생을 헌신하기로 작심한 데는 또 다른 사연이 있었다. 11년 전 암이 발생해 큰 수술을 해야 했다. 생사를 오가는 수술을 앞둔 시기에 '방과후 아카데미'에 참석하는 어린 청소년들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물이 쏟아졌다. 청소년들의 편지는 지금도 코팅 되어 책상 위에 놓여있다. 퇴원 후 강 위원장은 사업 일을 모두 부인에게 넘겼다. 사업이 어느 정도 안정 궤도에 접어들어 먹고 살 문제가 없어진 만큼 청소년 운동에 여생을 바치기로 결심한 것이다.
대구시교육나눔사업 2년 연속(2013~2014) 최우수상을 수상했지만, 크게 기쁘지가 않았다. 부모의 돌봄을 받는 일반적인 가정의 청소년들과 달리, 가정에 문제가 있는 청소년들은 교육나눔사업에 참여하는 것이 아예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멘토-멘티 1촌 맺기 사업' 아이디어를 냈다. 결손가정의 청소년들과 1대 1 결연을 맺어 고교를 졸업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돌보자는 취지였다. 초등학생이던 첫 만남의 아이들이 올해 고교 졸업반이 되었다.
"비록 적은 숫자의 청소년일지라도 학업을 마칠 때까지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청소년을 위한 장학재단을 만드는 것이 바람입니다. 청소년에 대한 관심과 투자 없이 그 사회의 미래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강 위원장은 "올해 주민들과 함께 청소년 관련 마을사업을 할 협동조합을 만들어 볼 생각"이라면서 "내가 자립해 어엿한 사회인으로 설 수 있게 해 준 진정한 나의 고향 동인동을 우리나라 최고의 청소년마을로 가꾸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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