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 로비에서 보호자들 사이에 '개 보유세가 부당하다', '아니다, 필요하다'며 언쟁이 일어났다. 발단은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차 동물복지종합계획(2020~2024년)에 개 보유세를 언급하면서부터다.
동물복지종합계획에 따르면 10월4일을 동물보호의 날로 지정하고, 동물학대 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와 동물등록에 비문홍채 인증제를 도입하는 등 국민정서에 부합하는 정책들을 제시했다. 하지만 동물보호와 관련된 재원 확보를 위해 반려인에게 반려동물 보유세(반려동물세)를 부과하려는 방침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독일의 경우 대부분의 도시에서 반려견을 키우는 가정은 등록을 의무화하고 소형견 기준으로 매년 100유로(13만원) 정도의 강아지세(Hundesteuer)를 내야 한다. 돌보는 동물이 많을수록 개체마다 부과되는 세금이 높아진다. 이렇게 거둬들인 세금은 애견이 방문하는 공원의 잔디관리, 대소변처리, 동물보호경찰관 운영 등에 사용된다. 독일은 반려동물에 대한 배려과 책임감이 매우 모범적인 나라이며 일부 발생하는 유기동물마저도 안락사 없이 보호받으며 대부분 재입양되고 있다. 생명을 배려하는 시민 의식과 제도가 합리적으로 잘 융합돼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이러한 사례를 근거로 반려동물 보유세(반려동물세)를 언급한 듯하다. 하지만 반려동물 보유세(반려동물세)의 취지와 용도를 잘못 이해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5년도 15억원에 불과했던 동물보호 예산이 2019년 136억원으로 급증하였음을 예로 들며 향후 급증할 동물보호 사업에 소요될 재원을 반려인에게 부과시키고자 반려동물 보유세(반려동물세)를 고려한다고 그 취지를 설명했다. 언뜻 합리적인 주장같지만 이 주장은 동물 학대와 유기에 대한 책임 주체가 반려인임을 전제하고 있다.
그렇다면 반려인은 유기동물을 발생시키는 원인 제공자일까? 반려인은 유기동물을 발생시키는 주체가 아니다. 반려인은 동물을 가족으로 대하며, 동물등록과 중성화수술, 동물의 건강 유지에 만전을 기한다. 이에 반해 개를 축산동물로 이해하고 하루종일 묶어두거나, 개와 고양이를 집 밖으로 배회시키는 소유주는 당연히 동물을 유기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사람들은 동물에 대한 책임감이 부족하며 동물등록조차 하지 않으려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후자의 사람들까지 다 같은 반려인으로 묶어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또 하나 더 의문을 제기해 보자. 반려인은 국가동물보호사업에 무임승차하고 있을까? 2019년 정부가 조사한 반려동물 산업 규모는 3조 원 정도로 추정한다. 반려인이 동물을 위해 지출하는 비용에는 10%의 부가세가 포함되어 있으며, 반려동물 사업장은 수익의 20~30%를 소득세로 납부하고 있다. 동물의료비 마저도 10%의 부가세가 국가로 귀속된다. 반려동물 산업 규모의 10%의 세원이 확보되더라도 국가는 반려인을 통해 연간 3천억 원 이상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마지막 의문은 '동물보호 사업은 정부 재원으로 감당하고 있었을까?'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15년 동안 15억 원의 동물보호예산을 지출했다는 사실은 부끄러운 현실이다. 매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출한 예산의 수십배 이상이 동물보호활동에 필요하며 이러한 재원은 반려인들의 자발적인 봉사와 모금에 의존해 왔음을 돌이켜보아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주장처럼 반려인이 그동안 국가 재원을 축내 온 것이 아니라, 정부가 제 역할을 제대로 못해 선량한 반려인들이 그 짐을 나누어 지고있었음을 명심해야 한다.
동물복지정책을 주관하는 동물복지정책위원회는 이해 당사자들 간에 타협하는 자리가 돼서는 안된다. 생명을 구하는 정책을 생명을 돈벌이로 생각하는 사람들과 조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려동물 보유세(반려동물세)가 결정되어진다면 마땅히 반려인과 반려동물들의 편의와 안전을 위해 사용되는 것이 옳다. 이런 목적의 반려동물세라면 반려인 대부분이 공감할 것이다.
유기동물과 학대받는 동물을 위한 재원은 마땅히 동물을 유기하거나 그 책임을 다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엄중히 물어야 한다. 처벌이 강력하게 집행되어야 함과 동시에 무엇보다도 철저한 동물등록이 시행되어 사전에 책임감 없이 동물을 키우는 여지를 주지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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