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말경 중동호흡기증후군, 이른바 메르스(MERS)라는 생소한 이름의 감염병이 우리 사회를 엄습하면서 국민들을 공포 분위기 속으로 몰아넣었다. 관광업계를 비롯한 서비스업이 큰 타격을 받아 그 피해 규모가 20조원을 상회했다는 경제계의 보고서가 있다.
5년도 지나지 않아 신종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라는 감염병이 우리 사회를 흔들고 있다. 방역망에 구멍이 뚫리면서 국민들의 일상생활이 크게 움츠러들고 있다. 관광과 외식, 숙박, 유통 등 국내 소비가 꽁꽁 얼어붙고 있다.
확진자가 한 번 다녀갔다는 이유로 대형 백화점이 문을 닫는가 하면 손님으로 북적이던 음식점이나 술집, 전통시장을 찾는 발길마저도 뚝 끊겼다.
공연시설이나 영화관 등 평소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라면 어느 곳 할 것 없이 가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는 기피 심리가 지배하고 있다.
메르스와 작금의 우한 폐렴 사태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는가?
첫째, 타이밍(timing)의 중요성이다. 아무리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다 하더라도 타이밍을 놓쳐버린 의사결정은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이번 우한 폐렴 사태에서도 정부와 보건당국은 초동 단계에서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확진자 정보 공개, 학교 휴업 등 세부 대책에서 부처 간 손발이 맞지 않았다. 중국을 의식해 다른 나라와 달리 감염병 발원지인 우한 지역 방문자만 선별적으로 입국 제한 조치를 뒤늦게 취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우한 폐렴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축구 U-23 남자대표팀 경기 결과를 트위터에 올릴 정도로 정부는 초기에 이번 사태를 안일하게 바라봤다.
둘째, 제궤의혈(堤潰蟻穴)이다. '개미구멍이 둑을 무너뜨린다'는 말이다. 사소한 결함이라도 곧 손쓰지 않으면 큰 재난을 당하게 된다는 경고다. 병원에 다녀간 확진자가 입원했을 때 차단했더라면 아마 우한 폐렴이라는 말 자체를 국민들은 모르고 넘어갔을 수도 있다. 그러나 보건당국이 꾸물대고 있는 사이 2차 감염이 일어났다.
셋째, 경적필패(輕敵必敗)다. 이는 '적을 가볍게 보면 반드시 패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종종 스포츠 경기에서 최고의 팀이 최하위 팀에게 패하는 걸 본다. 상대 팀을 얕보고 선수들이 경기에 최선을 다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이번 우한 폐렴 사태에서도 보건당국의 태도가 바로 이런 것이었다. 언론이 우한 폐렴을 우려하자 보건당국은 의료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에게 방역시스템이 잘 작동되고 있다며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우한 폐렴을 우습게 보다가 보건당국과 한국은 카운터펀치를 맞고 말았다.
넷째, 무신불립(無信不立)이다. '백성이 위정자를 믿지 못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뜻이다. 우한 폐렴이 확산된 것은 보건당국의 정보 차단에 큰 원인이 있다. 초기에 정확한 정보를 공개했더라면 감염 경로와 당사자들을 정확히 파악해 확산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정부와 대통령은 철저히 비밀주의를 고수하면서 가짜뉴스나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자는 엄벌하겠다는 엄포만 놓았다. SNS 시대에 이런 발상을 하다니 참으로 경이롭다. 이러한 이해할 수 없는 행태가 국민들의 불신을 낳고 공포감을 부채질하였다.
우한 폐렴은 국가와 사회 그리고 기업과 개인에게 공통적으로 값진 교훈을 남겨주었다. 의사결정과 행동에는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것, 극히 조그만 허점이라도 방치하다가는 큰 문제가 된다는 것, 구성원의 신뢰를 잃으면 화가 닥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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