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코로나 사태가 50여 일간 지속되면서 나라의 민생과 경제가 파탄 직전이다. 수출로 먹고 사는 대한민국이 세계 120개국으로부터 입국제한을 받는, 중국 다음의 민폐국가가 되고 말았다. 대만, 몽골, 베트남보다 못한 정부의 위기관리 대응이 이번 참사의 원인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위기관리는 '최악의 사태에 대비하라'는 것을 기본지침으로 한다. 위기가 끝나기 전에는 그 추이나 전모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객관적 대응도 아닌 낙관적 대응으로 일관하다 유례가 없는 국난을 부르고 말았다. 대통령 1인의 광신적 믿음이 인재 즉 달 코로나 사태로 비화됐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몇 가지 위기관리 원칙만 지켰다면 일이 이처럼 흉악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① 초기 대응이 위기관리의 열쇠다.
위기는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 한다. 지금의 현실이 딱 그 짝이다. 초기 대응에 성공한 대만의 코로나 확진자 숫자는 50명 언저리인데 비해 한국은 그 200배인 8000명에 가깝다. 2019년 12월 중국에서 코로나 사태가 발생했을 때 정부는 바짝 긴장하고, 중국이 우한(武漢)을 봉쇄한 1월 23일을 위기 시발점으로 선포했어야 했다. 그때 대만은 마스크 수출금지조치를 내렸고, 몽골(확진자 11명)은 중국 국경을 봉쇄했다. 의사협회가 2월 1일 중국인 등의 입국제한을 요구했을 때가 마지막 기회였다. 그러나 대통령은 공산 종주국(?)의 눈치를 보느라 입국제한을 귓등으로 흘려들었고, 비축해야 할 마스크들을 중국으로 대량 진상했다.

코로나가 확산된 2월 13일에도 대통령은 곧 사태가 종결될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는 잘못된 신호를 내보냈다. 정부와 여당은 이런 미신적 전망에 일제히 맹종했다. 신천지도 걱정 없이 예배를 봤다. 의사협회의 입국제한 경고는 그 뒤 6차례나 이어졌지만 정부는 마이동풍이었다. 그 결과가 지금 보는 생활과 경제의 총체적 파탄이다. 5000만 국민의 안위를 뒷전으로 돌린 이번 위기대응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국민생명권 침해로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
2월 25일 대통령은 사태의 진원지인 대구를 방문해 국가자원을 총동원해 대구·경북을 지원하라고 말했다. 그뿐이었다. 그날 당장 1000억을 정부 지원금으로 내놨다면 수천억의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대구·경북에서 사태 종결이 하루라도 앞당겨지면 국민생활과 경제가 그만큼 나아지기 때문이다. 간절한 초기대응 예산을 아끼고, 안 써도 될 12조원의 추경을 선거 선심용으로 집행하는 것은 집을 다 태우고 바깥마당에 물을 뿌리는 꼴이다.
② 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라.
코로나 확진자 발생이 본격화된 2월 20일 대통령 부부는 청와대에서 짜파구리 앙천대소로 전 국민들을 경악시켰다. 나라에 재앙이 닥쳤으나 대통령은 기생충 놀이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세월호 때 야당 대표이던 자신의 온갖 정부 비난 발언과 의혹 제기를 누워서 침 뱉기로 만든 사건이었다. 대통령의 이런 허술한 인식은 이후 당정청의 대구 봉쇄, 대구 코로나, 대구 사태 같은 잔인한 발언들로 뒷받침됐다. 민주당을 찍지 않아서 그런 험한 꼴을 본다는 요설, 괴변들이 그 뒤를 이었다. 코로나 진원지가 광주·전남이었다면 정부가 이런 대응을 할 수 있었을까.

대통령은 코로나 사태로 나라 전체를 불안과 공포에 빠트렸다면 자신의 허물을 돌아보고 진정 어린 사과를 했어야 했다. 필요하다면 몇 차례나…. 그것이 난국에 처한 국민과 공감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사태 발생 이후 단 한 번도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 사람들이 있기는 하다. 소련의 스탈린이나 중국의 모택동 같은 공산주의자들은 수천만의 인민을 죽음으로 몰아넣고도 낯 색깔 한 번 바꾸지 않았다. 인민은 정권의 도구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대통령은 국민에게 사과하지 않고 오직 마스크(?)에게만 사과를 했다.
③ 위기관리의 실력을 보여주라.
정부가 초기 대응에 실패해 위기를 폭발시켰다면 국민들이 정부의 위기관리 실력을 믿게 만들어 그 파괴력을 잠재워야 한다. 다소간의 희생이 있더라도 정부가 조직력과 판단력을 보여주면 국민들의 동요나 파급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사태 발생 50일 가깝도록 마스크 하나도 관리를 못해 우왕좌왕이다. 마스크 수요와 공급의 시장 문제를 자신들의 특기인 권세 부리기로 해결하려다 혼란을 키우기도 했다. 이 한 가지만으로 정부의 위기관리 실력은 국민들의 지탄을 받기에 충분하다.
국민들의 우려와 공포가 증폭되고 분노가 끌어올라 청와대 대통령 탄핵청원이 산을 이루고, 국회 탄핵청원 10만의 요건이 3일 만에 완성(3월 3일)된 것은 이런 무능의 결과다. 촛불로 일어선 정권이 마스크로 무너지게 생겼다. 선전선동으로 정권을 전복시키기는 쉬워도 집권능력을 보여주기는 어렵다는 역사의 교훈을 입증시킨 셈이다.


이런 실력의 한계를 정부는 자화자찬과 책임 회피로 땜질하고 있다. 대통령은 입국금지를 하지 않고도 방역에 성공한 한국의 위업(?)을 대대적으로 자랑하고 있다. 달나라 대통령다운 궤변이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중국인 입국보다 중국을 다녀온 한국인이 더 문제라는 요설을 내뱉어 국민들의 속을 뒤집어 놓았다. 정부 책임을 국민에게 뒤집어씌운 것이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여당과 그 추종세력이 신천지 공격에 혈안이 된 것도 책임을 덮어보자는 꼼수 이상으로 해석하기가 어렵다.
학문으로서의 위기관리는 자유민주국가라는 문화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인민이 정권의 수단에 불과한 공산주의나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위기관리의 개념이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정부의 거짓과 궤변으로 가득 찬 선전만이 있을 뿐이다. 유사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문재인 정권에게 개구리, 가재, 붕어들의 생명권은 선거에 지장이 없는 한 부차적 문제일 수 있다. 그러니 위기관리의 기본원칙들을 대놓고 무시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의 다음 편이 무엇일지 몸이 오싹해진다.
박진용 언론인/역사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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