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기관으로서 공정(公正)한 선거를 책임지는 선거관리위원회가 4·15 총선 후보들의 현수막 문구 허용 여부와 관련해 일관된 잣대 없이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경북 울진에서는 '박형수 후보 즉각 사퇴하라'는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렸다. 현수막에는 박형수 후보를 '문재인 정권 탈원전 소송을 대변한 법무법인 영진의 대표 변호사'라고 지칭하며 '즉각 사퇴하라'는 문구를 빨간색 글씨로 강조했다. 같은 선거구의 장윤석 무소속 후보 측에서 내건 현수막이다.
박형수 후보 측은 "특정 후보를 지칭한 비방이나 낙선 운동은 명백한 선거법 위반"이라며 경북도선관위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와 관련, 경북도선관위는 해당 현수막이 문제가 없다는 해석을 내놨다. 경북도선관위 관계자는 "한 후보자가 다른 후보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게재한 것이다. 문구 내용은 후보 간 민사적인 측면에서 다룰 문제"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드러난 선관위의 '오락가락' 행보를 고려하면 논란은 선거 이후에도 쉽게 숙지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선관위는 서울 한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투표로 100년 친일청산', '투표로 70년 적폐청산' 문구를 허용한 반면, 미래통합당 후보의 '민생파탄', '거짓말 OUT' 문구에 대해서는 각각 현 정부와 상대 후보를 연상시킨다며 사용을 불허한 바 있다.
당시 선관위는 "100년은 과거 친일을 모두 아우르는 표현으로서,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반대하거나 특정 정당을 유추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통합당이 선관위 책임자를 고발하겠다며 강력 반발하자, 선관위는 13일 "'친일청산', '적폐청산'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내용을 포함한 투표 참여 권유활동은 모두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입장을 바꿨다.
박형수 후보 측이 선관위 유권 해석을 수용하지 못하는 것도 이처럼 현수막 문구 허용 잣대를 손바닥 뒤집듯 바꾸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 박형수 후보 측은 "선관위 담당자에 따라서도 해석이 다르다. 이미 선거가 끝나는 상황에서 억울해도 속만 답답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경북도선관위는 "투표 참여가 아닌 선거 운동과 관련해 '내가 뽑혀야 한다'와 '너는 안 된다'는 내용 모두 허용되고 있다. 단, 허위사실을 그 논거로 삼거나 비방의 정도가 인격모독이라면 문제가 되지만 (장윤석 후보 측) 현수막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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