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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과 전망] 집권 여당이 TK 인사를 배려해야 하는 이유

4·15총선에서 낙선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이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동료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4·15총선에서 낙선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이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동료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정암 서울지사장
최정암 서울지사장

20대 국회 때 대구경북 공무원들이 가장 많이 찾은 국회의원 방은 더불어민주당 홍의락 의원실이다.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여당 간사인 그의 방은 예산철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면담 요청이 줄을 이었다. 심지어 지역의 미래통합당 국회의원들도 홍 의원에게 의지할 정도였다. 21대 총선 다음 날 서울에 있는 기자에게 전화를 한 대구시 고위공무원은 "홍 의원 낙선으로 대구 현안을 누구와 의논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하다"고 하소연했다. 김부겸 의원도 마찬가지다. 당선됐다면 집권 여당의 5선 중진에다 대권후보 반열에 올라선 그의 무게감은 남달랐을 터.

두 사람의 낙선에 대해 공무원들뿐만 아니라 기업인들도 걱정을 많이 한다. 정부 여당과의 창구가 없어져버린 까닭이다.

일사불란하게 뭉쳐서 정권을 창출하고 지지하는 호남. 지역 발전을 위해 기가 막힐 정도로 절묘한 투표를 하는 충청강원권.

반면 대구경북은 대쪽 같다. '못살아도 좋다. 본때를 보여주자'는 정권 심판에 대한 결기가 이번 선거를 지배했다. 소득주도성장,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을 비롯한 각종 경제정책들이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 대구경북 경제를 더 악화시켜버렸다는 판단에서다. 주요 정부 부처와 5대 사정기관 등에서 대구경북 출신 고위직 찾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자연스럽게 정권과 지역의 고리도 끊어졌다. 이런 것들이 선거를 정권 심판으로 연결짓게 했다.

이걸 대구경북만의 잘못으로 규정할 수 있을까. 그래서 정권은 대구경북을 '버리는 땅'으로 간주해야만 할까.

아이러니하지만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대구경북에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본다. 민주당은 역대 어느 총선과 달리 이번에 대구경북 25개 모든 선거구에 후보자를 냈다. 자신감의 산물이다.

비록 의석을 건지진 못했지만 총선 결과는 매일신문·TBC대구방송의 여론조사 결과와 거의 일치했다. 집권당이 이번 선거에 주목해야 할 점은 TK의 20~40대 동향이다. 여론조사는 25개 선거구 중 10개 선거구에서 20~40대가 통합당이 아닌 민주당에 투표하겠다고 응답했다. 통합당의 승리는 50대 이상의 몰표에 기인한 것이다.

대구경북도 하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지지율을 높일 수 있는 곳이며, 향후 그럴 가능성이 엄청 높다는 사실을 증명해주는 조사다.

앞으로 김부겸·홍의락 의원이 당선되던 때의 분위기가 조성되지 말란 법이 없다. 실제 지난 지방선거 때 대구경북에서 민주당 기세는 매서웠다.

그러려면 집권 여당이 사람을 키워야 한다. 대선주자 반열에 올라 있는 김부겸 의원은 충분한 자생력을 갖추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니다. 홍의락 의원만 하더라도 4년간 잊힌다면 다시 이런 류의 사람을 만들어내기가 불가능해진다. 정부 각료든, 국회 사무총장이든 일정한 역할이 주어져야 TK민주당이 살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진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국회의장 시절 정무수석을 한 이승천 대구동을 민주당 후보는 정 총리와 독대할 수 있는 대구경북의 거의 유일한 인물이다. 이헌태 대구 북갑 후보는 민주당 주요 당직자, 포항의 오중기·허대만 후보는 청와대 핵심 참모들과 소통이 가능한 대구경북의 자산이다.

민주당이 이런 인물들을 발탁하고 중용하면서 대구경북도 소중한 지역으로 여긴다는 판단이 들면 TK의 변화는 자연스럽게 유도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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