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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 선처 선례 있다 "화재에 90대 할머니 구한 '니말'"

3년 전 경북 군위 화재 현장서 90대 할머니 구한 니말 씨도 불법체류자였지만, '특별공로' 영주권 얻어
알리 씨 받은 LG의인상, 니말 씨도 받아 "선처 강력한 근거 될까?"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지난달 23일 강원 양양군의 한 3층 원룸 화재 현장에서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구조하다가 화상을 입은 카자흐스탄 출신 알리(28)씨. [양양 손양초등학교 장선옥 교감 제공.재판매 및 DB금지] 연합뉴스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지난달 23일 강원 양양군의 한 3층 원룸 화재 현장에서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구조하다가 화상을 입은 카자흐스탄 출신 알리(28)씨. [양양 손양초등학교 장선옥 교감 제공.재판매 및 DB금지] 연합뉴스

화재 현장에 생명을 구하고자 뛰어들어 부상을 입었지만, '불법체류자' 신분이라 강제추방 위기에 놓인 카자흐스탄 출신 이주노동자 알리(28) 씨가 LG의인상을 받는다.

22일 LG복지재단은 이같이 밝히면서 "자신의 안전과 불법체류 사실이 알려지는 것보다 사람들을 살리는 것이 먼저라는 알리 씨의 의로운 행동이 더 큰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알리 씨는 지난 3월 23일 오전 11시 20분쯤 강원도 양양군 양양읍 자신이 거주하는 3층 원룸 건물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에 알리 씨는 서툰 한국말로 "불이야"라고 외치며 불이 난 2층으로 찾아가 방문을 계속 두드렸다.

안에서 인기척이 감지됐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었고, 이에 알리 씨는 건물 밖으로 나가 외벽 가스 배관, TV 유선줄 등을 잡고 2층으로 올라가 창문을 통해 불이 난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방 안은 이미 연기와 불길로 가득해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 당시 소방대원이 출동, 알리 씨는 이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다시 밖으로 나왔다.

이때까지의 과정에서 알리 씨는 목과 손 등에 2~3도의 중증 화상을 입었다.

당시 알리 씨의 빠른 대처 덕분에 10명의 주민이 대피할 수 있었고, 다만 1명은 안타깝게도 사망했다.

LG복지재단이 강원 양양군 양양읍 구교리 원룸 주택 화재 현장에서 생명을 구하기 위해 불길에 뛰어든 카자흐스탄 출신 근로자 알리 씨에게
LG복지재단이 강원 양양군 양양읍 구교리 원룸 주택 화재 현장에서 생명을 구하기 위해 불길에 뛰어든 카자흐스탄 출신 근로자 알리 씨에게 'LG 의인상'을 수여한다고 22일 밝혔다. 사진은 지난달 23일 당시 화재 현장.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이후 알리 씨는 자신이 불법체류자라는 사실이 알려질까봐 곧장 현장을 떠났다. 그러나 주민들의 도움으로 서울 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알리 씨는 지난 2017년 관광비자로 한국에 온 후 고국에 있는 부모, 아내, 두 자녀 등을 부양하기 위해 공사장 일용직 등으로 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 씨의 선행이 알려지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양양군 웹사이트 등을 통해 불법체류자인 알리 씨에 대한 선처 의견이 모이고 있다.

이에 알리 씨의 LG의인상 수상 소식이 나오면서, 알리 씨의 강제추방을 막을 가능성, 더 나아가 선행에 대한 보답으로 영주권을 줄 수 있는 지 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화재 현장에 맨몸으로 뛰어들어 집 안에 갇혀 있던 90대 할머니를 구한
화재 현장에 맨몸으로 뛰어들어 집 안에 갇혀 있던 90대 할머니를 구한 '스리랑카 의인' 니말 씨. 매일신문DB

그런데 한국에서 선례가 이미 나온 바 있다. 2017년 2월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이자 불법체류자였던 니말(당시 나이 38세) 씨가 경북 군위군 고로면 한 주택에 불이 나자 들어가 90대 할머니를 구했다.

이에 보건복지부가 니말 씨를 의상자로 인정해 화상 등 치료를 다 할 때까지 출국을 보류시켜줬다. 이어 법무부가 니말 씨에게 영주권을 줬다. 니말 씨는 2018년 12월 18일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서 특별공로자 영주증을 받았다.

당시 법무부의 영주증 지급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니말 씨는 강제추방 위기에 놓인데다 병원 치료비·생활비 등에 대한 부담도 컸는데, 그 사연을 매일신문이 '[이웃사랑] 불길 속 할머니 구한 니말 씨'(2017년 7월 4일 자) 기사로 알린 바 있다. 이에 100명이 넘는 독자 및 50여개 단체가 모은 1천999만8천원의 성금이 니말 씨에게 전해졌다.

그리고 니말 씨도 LG의인상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첫 외국인 수상자였다. 알리 씨가 이번에 두 번째 외국인 수상 기록을 쓴다.

해외에도 비슷한 사례가 적잖다. 지난해 12월 스페인 데니아에서는 불이 난 건물로 뛰어들어가 장애인 남성을 구한 세네갈 출신 불법체류자가 화제였다. 이 청년에 대해 데니아 시 측이 직접 나서 정부에 영주권을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보다 앞서 2018년 5월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말리 출신 불법체류자가 한 아파트 외벽을 타고 5층까지 올라가 난간에 매달린 아이를 구하기도 했다. 이 청년은 대통령궁으로 초청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만난 후 프랑스 시민권을 받고 소방관 채용 기회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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