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이 총선 참패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참패한 원인에 대한 분석과 반성은 제쳐 놓고 '김종인 비대위 체제'의 가부를 놓고 말싸움만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질 만하니 진 것이며 이런 식이면 다음 선거도 어렵다"는 자조(自嘲)가 나오고 있다.
이런 비판의 연장선에서 김종인이 비대위를 맡는 것이 과연 통합당을 회생시킬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그를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한 측은 그 말고는 대안이 없다고 한다. 참으로 편의주의적이고 패배주의적인 생각이다. 왜 대안이 없겠나. 대안을 찾아보려는 노력을 조금이라도 했는지 의문이다.
우선 그는 동화은행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전과'가 있다. 이런 그가 비대위원장이 되면 국민에게 통합당은 어떻게 비치겠는가. 통합당이 건전 보수 야당으로 인정받으려면 무엇보다 도덕적 쇄신이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보다 더 도덕적이고 양심적이라고 국민에게 인정받아야 한다. 김종인이 이런 당위성을 충족하는 인물일까?
독선적인 자세는 더 큰 문제다. 그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사람들의 시효는 끝났다"며 "1970년대생 경제통을 대선후보로 만들겠다"고 했다. 오만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시대착오적 '킹 메이커' 자임이다. 누가 그런 권한을 줬나. 대선후보는 당원과 국민이 만드는 것이다.
책임 회피도 마찬가지다. 그는 총선 참패 후 "자세도 못 갖춘 정당을 지지해달라고 요청해 매우 송구하다"고 했다. 자신이 그런 말을 할 거면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지 말아야 했다. 그래 놓고 다시 비대위원장을 맡겠다고 했다. 20대 총선 때는 민주당 비대위원장을 맡았다. '권력욕'이나 '명예욕' 말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표변(豹變)에 표변이다.
통합당에 지금은 비대위의 조기 출범보다 건전 보수 야당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치열하게 고민하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 그리고 김종인이란 인물이 통합당이 지향해야 할 바에 과연 부합하는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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