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천지 동네’ 오명 여전…대구 남구 대명동 가보니

대명역 인근, 주민 외출 꺼리고 직장인 모임 기피해 발길 끊겨
부동산 매물 문의·인근 상점 ‘매출 뚝’…“코로나19 회복세는 남 얘기”

7일 대구 남구 대명동 신천지 대구교회 주변 주택가. 유동인구가 거의 없어 한산하다. 성일권 기자 sunggi@imaeil.com
7일 대구 남구 대명동 신천지 대구교회 주변 주택가. 유동인구가 거의 없어 한산하다. 성일권 기자 sunggi@imaeil.com

지난 2월 18일 대구 남구 대명동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대구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 80일. 코로나19 확산세가 완화되면서 사회 전반이 일상으로 돌아갈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대명동은 여전히 '코로나19 진원지'라는 오명에 몸살을 앓고 있다. 상인들은 주저앉은 매출에 울상을 짓고 있고 주민들마저 외출을 자제하는 게 일상이 됐다.

7일 낮 12시쯤 찾은 신천지 대구교회 인근은 평일이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고요했다. 신천지 대구교회 뒤편으로 밀집해 있는 원룸과 빌라들은 사람이 살고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적막한 모습이었다. 인근 식당에서는 점심시간을 맞아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밥을 먹고 있었지만 대화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긴급생계자금을 받기 위해 두 달 만에 외출했다는 대명동 주민 A(86) 씨는 40년째 살고 있는 동네가 낯설다고 했다. A씨는 "일요일만 되면 신천지 대구교회로 향하는 사람들이 대명역 입구부터 빼곡했었는데 이제는 진짜 조용하다"며 "오랜만에 외출을 했는데 동네에 다니는 사람이 아직 없다"고 했다.

분식집에서 만난 주민 B(56) 씨도 "신천지 대구교회가 폐쇄됐지만 주민들이나 근처 직장인조차 이곳으로의 발길을 꺼리는 분위기"라며 "올해는 해마다 친구들과 대명동에서 하던 계모임도 안 한다"고 했다.

신천지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특히 이곳 상인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대명동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C(58) 씨는 "다른 동네는 매출이 회복될 기미를 보인다는데 우리는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확진자가 나온 2월 말부터 지난달까지 월 평균 매출이 이전보다 70% 정도 줄었다"며 "일요일에는 손님이 들락날락거리고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북적였는데 요즘은 멍하니 혼자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라고 토로했다.

부동산 중개업자들도 힘든 나날을 이어가고 있다. 대명동의 한 중개업자는 "전화로 종종 오던 매물 문의도 뚝 끊겼다"며 "신문, 전단지 등을 통해 낸 매물 광고를 보고 문의 전화를 하는 손님들도 사무실 위치를 알려주면 '거기 신천지 동네 아니냐'며 방문을 꺼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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