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친일·반일 프레임으로 ‘尹·정의연 의혹’ 덮겠다는 것인가

12일 오전 회계 투명성 논란에 휩싸인
12일 오전 회계 투명성 논란에 휩싸인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서울 마포구 사무실 앞 모습. 연합뉴스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 이사장을 지낸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이 페이스북 글에서 자신과 가족에 관한 언론의 의혹 제기를 두고 "6개월간 가족과 지인들의 숨소리까지 탈탈 털린 조국 전 법무장관이 생각난다"고 했다. 또 "위안부 진상 규명과 사죄와 배상 요구에, 평화인권운동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보수 언론과 미래통합당이 만든 모략극"이라고 규정하고 "통합당과 친일 언론, 친일 학자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친일·반일 프레임을 끌어 와 사태를 모면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윤 당선인의 이런 인식과 대응 방식은 매우 부적절하다. 윤 당선인과 정의연에 대해 처음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어느 누구도 아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다. 이 할머니가 의혹을 제기한 기부금 모금 및 사용의 투명성, 한·일 위안부 합의를 전후로 한 시점에 윤 당선인이 어떤 역할을 했는가를 밝히면 종결될 사안이다. 그런데도 윤 당선인이 뜬금없이 조 전 장관을 들먹이고, 이 할머니 증언을 토대로 의혹을 제기하는 야당과 언론, 학자를 친일로 몰아세운 것은 사태 본질을 흐려 의혹을 덮으려는 속셈으로 비치기 십상이다.

더욱이 윤 당선인에 대한 의혹 제기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까지 '친일 반인권 반평화 세력의 최후 공세'라고 주장하고 나서 의구심을 증폭시킨다. 김 의원은 "굴욕적인 한·일 위안부 합의를 했던 통합당, 일제와 군국주의에 빌붙었던 친일 언론, '위안부는 매춘'이라는 친일 학자들이 총동원된 것 같다"고 윤 당선인과 같은 주장을 폈다.

윤 당선인과 정의연에 대한 의혹은 사실 관계를 따져보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외면하고 친일·반일 프레임으로 몰아가는 것은 의혹 해소와 사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 문재인 정권은 일본과의 경제 분쟁에서 '죽창가' 등을 앞세운 친일·반일 프레임으로 재미를 본 적이 있다. 이번 사태마저 똑같은 방식으로 모면하려 한다면 국민은 두 번 속지는 않을 것이고, 정권에 대한 비판은 거세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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