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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덕분에 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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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용 논설실장
김해용 논설실장

'간 때문이야, 간 때문이야, 피로는 간 때문이야 ♬'

2011년 크게 유행했던 CM송이다. 간 기능 개선 약품 광고인데 귀에 착 감기는 멜로디와 독특한 퍼포먼스로 큰 인기를 끌었고 많은 패러디도 낳았지만 개인적으로는 들을 때마다 마뜩잖았다. '간 때문'이라는 카피 때문이었다.

'때문'은 '어떤 원인이나 까닭'을 뜻하는 우리말이다. 비숫한 말로는 '덕분'과 '탓'이 있다. '덕분'은 긍정적 맥락에서, '탓'은 '부정적 맥락'에서 쓰고 '때문'은 두 맥락에서 다 쓸 수 있다. 그러나 ' 간 때문이야'라는 문맥 속에서는 부정적 뉘앙스가 더 강하게 느껴진다.

간으로서는 이 카피가 못내 서운할 수 있겠다. 무심한 주인이 몸 속에 부어넣는 알코올, 니코틴, 스트레스를 해독하느라 그 고생을 하는데도 자기 탓을 하니 말이다. 피로감은 나쁜 물질 몸속에 그만 넣고 스트레스를 줄이라며 간이 주인에게 보내는 SOS가 아닌가.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라고 했다. 간 때문에 피로한 것이 아니라 간 덕분에 살아 있는 것이다.

말은 바깥으로 표출된 마음이다. 부정적인 말 많이 하는 사회가 건강할 리 없다. 세상을 좋게 바꾸는 것의 시작은 좋은 생각과 말이다. '내 힘들다'를 거꾸로 쓰면 '다들 힘내'가 된다. '자살'을 거꾸로 하면 '살자'가 되고 '역경'도 뒤집으면 '경력'이 된다. '그러면 안 돼'도 '그러면 돼'로 바꿀 수 있다. 생각과 말을 바꿈으로써 훨씬 아름답고 살 만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눈길 끄는 캠페인이 있다. '덕분에 챌린지'다. 코로나19 방역에 헌신하는 대한민국 의료진을 격려하는 국민 참여형 캠페인이다. SNS 등에 '존경'과 '자부심'을 뜻하는 수어(手語) 동작 사진이나 영상을 올린 뒤 '#덕분에캠페인' '#덕분에챌린지' '#의료진덕분에'라는 해시태그를 붙인다. 그러고는 챌린지를 이어갈 참여자 3명을 지목하는데 이달 18일 현재 2만4천여 명이 참여했다고 한다.

코로나19는 인간사회의 약한 고리를 공격하고 혐오와 증오를 부추긴다. 이 최악의 바이러스와 맞서기 위해서 우리는 현대의학과 연대라는 두 방패를 동원해야 한다. '덕분에 챌린지' 같은 캠페인은 효과가 뛰어난 심리적 백신이라 불러도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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