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봉산개도 우수가교'(逢山開道 遇水架橋) 경북 청년!

박시균 경북도 청년정책관

박시균 경북도 청년정책관
박시균 경북도 청년정책관

몇 달 전 경북 출신인 이문열 작가의 삼국지가 30년 만에 재발간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놀기도 바쁜 중학생 시절, 10권이나 되는 이 장편소설에 푹 빠져서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읽었다. 학창시절 삼국지를 읽었던 사람이면 친구들과 삼국지의 영웅들을 상상하며 이야기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때 많은 친구들이 유비를 선망의 대상으로 삼았었는데, 필자 또한 유비 세력의 팬클럽(?)이었다. 그런데 성인이 되고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서 조조의 용인술과 결단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체감하고 있다.

조조가 유비와 손권의 연합군에 대패한 '적벽대전'(赤壁大戰)은 삼국지를 읽지 않은 사람도 모두 알 정도로 유명하다. 이때 조조는 퇴각하면서도 역사에 남는 명언을 남겼다. 그게 바로 '산을 만나면 길을 열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는다'는 뜻의 '봉산개도 우수가교'(逢山開道 遇水架橋)다. 사기가 떨어질 대로 떨어진 병사들을 신속하게 퇴각하게 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생각한 말이었을 것이다. 적벽대전에서 만신창이가 됐으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전진하는 조조의 모습이 우리 경북의 모습과 겹쳐져 떠오르는 것은 왜 일까?

지금은 다소 진정세로 돌아섰지만 불과 두세 달 전만 해도 경북은 코로나19 위기의 전초지나 다름없었다. 하루에도 수백 명씩 확진자가 나왔고 도민들은 불안감에 일상을 포기했다. 당시 미지의 감염병에 대한 두려움으로 모두가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있는 사이, 경북 청년들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 전장으로 뛰쳐나갔다.

지역에서 창업으로 꿈을 키우고 있는 청년CEO, 지역 주민과 어울리며 농사일을 배워가는 청년 농부, 코로나19로 등교를 할 수 없게 된 대학생들까지, 많은 청년들이 자원해 봉사단이 꾸려졌다. 이들은 한 달이 넘는 기간 본인의 생업을 뒤로하고 경북을 위해 헌신하는 의료진을 위해 도시락을 직접 만들어 배달했다.

청년들이 만들어낸 훈훈한 미담은 계속 이어졌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보살피기 위해 직장도 뒤로하고 2주 동안 간호한 손자 박용하 씨의 효성이 전국에 알려지며 경북 청년의 위상을 높였다. 경북청년연합회와 꾸준히 왕래해 온 제주도연합청년회 등 제주의 43개 읍·면·동 회원들도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경북에 기탁했다.

이렇게 헌신하는 청년들과 의료진, 그리고 하나 된 공무원과 도민들 덕분에 경북은 땀과 눈물로 얼룩진 코로나19 전장에서 피해를 줄여가면서 희망의 길로 일사불란하게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현재 "병들어 죽기 전에 굶어 죽겠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만큼 무너진 지역 경제도 다시 세워야 한다는 게 현장의 요구다.

그 어려운 일을 해내기 위해 경북도에서는 370명 규모의 '다시 뛰자 경북' 범도민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켰고, 청년들을 대거 포함시켜 함께 도정의 방향타를 잡았다. 이제 생활 속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조심스럽게 나아가야 한다. 뉴노멀 시대에 맞춤형 일자리 창출로 지역민에게 살길을 열어줘야 한다.

이 모든 것은 '청년'을 빼고서는 논할 수 없다. 청년은 현재의 경북을 있게 하는 '지지대'이고 경북의 미래를 이끌 '주인공'이다. 우리 앞에 위기가 다시 오더라도 경북 청년들은 끊임없이 공동체의 울타리를 단단하게 고치고 이 지역의 주인으로서 사회적 약자를 돌보며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조조는 생과 사를 넘나드는 위기를 수차례 겪으면서 위나라를 건국했고, 결국 위나라가 삼국을 통일했다. 위기를 앞장서서 극복해내는 '경북 청년'이 경상북도를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다시 세우는 그날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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