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고들 한다. 교문 밖 사회에 비하면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학교 역시 바뀌고 있는 건 분명하다. 학교는 더 이상 일방통행식 수업만 이뤄지던 공간이 아니다.
학생들의 의사(수요)를 반영해 교육과정에 변화를 주는 학교도 있다.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찾아 시도한다. 학교가 제공하는 교육 서비스가 다양해졌다고 할 수 있는 셈. 대구 영진고의 온라인 자율학습 프로그램, 시지고의 신입생 대상 진로진학 설문조사도 그런 과정이다.
◆온라인 플랫폼 활용한 자율학습

보통 고교에서 이뤄지는 자율학습이라 하면 야간에 교실에서 집중적으로 자습하는 광경을 떠올린다. 자기주도학습이라고 이름을 바꿔 불러도 그 모습은 변함이 없다. 이와 달리 영진고등학교(교장 전호진)는 온라인을 활용한 자기주도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해 눈길을 끈다.
영진고는 지난 5월 27일부터 '2020 함께하는 온라인 자기주도학습'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참가 학생은 학년별로 2개 학급씩 모두 150여 명. 이들은 하교 후 각 가정이나 독서실에서 스스로 공부하면서 온라인 플랫폼 줌(Zoom)을 함께 활용한다.
학생들은 휴대전화로 정해진 시간에 온라인 회의실에 모여 출석을 확인한 뒤 자습에 들어간다. 자리를 비울 때는 채팅창을 통해 담당 교사에게 알려야 한다. 학생 간 채팅은 할 수 없으나 교사와 질의응답은 가능하다.
강병완 방과후학교부장 교사는 "학생들의 하교 후 학습을 도우려고 교사들이 고심 끝에 찾은 방법이다. 얼굴을 맞대지 않고도 지도할 수 있게 됐다"며 "30여 명의 교사가 온라인 코칭에 참여 중"이라고 했다.
학생, 학부모의 반응도 좋다. 김동건(3학년) 학생은 "친구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학습에 욕심도 더 생겼다. 선생님이 챙겨주시니 능률도 더 오르는 것 같다"고 했다. 김민준(3학년) 학생의 어머니는 "아이가 자습에 더 집중하게 됐다.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고 반겼다.
영진고는 프로그램이 안정화되면 더 많은 학생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참여를 확대할 계획이다. 전호진 교장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학교 현장도 변화가 적지 않다"며 "생활 속 거리두기에 동참하면서 자습의 효율을 높이려고 온라인을 활용하게 됐다"고 했다.
◆맞춤형 교육 위한 학생 수요 파악

인생에는 나침반이 필요하다는 말들을 한다. 목표 내지 방향을 잘 설정해야 한다는 말일 게다. 교육도 마찬가지. 시지고등학교(교장 서기수)는 2~3월 신입생을 대상으로 진로진학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진로교육 방향을 제대로 설정하기 위해서다.
시지고가 진행한 설문조사는 모두 23개 항목. 339명이 응답했다. 서기수 교장은 "학생의 희망에 따라 다양한 교과목과 구체적인 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해 학생의 성장과 발전에 도움이 되려고 진행한 조사"라고 했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희망 직업에 대한 답변이 다양해졌다는 점. 교사, 의사, 경찰 등 전통적 직업군을 택한 학생이 많긴 했으나 기타 항목으로 분류된 경우도 적지 않았다. 게임기획, 방송작가, 번역가, 사육사, 프로파일러 등 한두 명씩 선택한 직업이 27개에 이르렀다.
대학에 진학하고 싶은 학과 또는 계열에 대한 질문에선 인문사회계열을 택한 비율이 21% 정도로 가장 높았다. 두 번째로 많이 택한 학과는 기타로 표시된 학과로 그 비율은 19% 정도였다. 희망하는 대입 전형에 대해서는 학생부종합전형(45.4%), 교과전형(38.1%), 기타(실기 6.5%), 수능전형(4.1%), 논술전형(3.2%)순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 학교가 내린 결론은 다양한 교과목을 개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일찍 진로 목표를 세운 학생들, 일반적이지 않은 진로를 선택하는 학생들을 위해 교육과정, 동아리, 특강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박용기 진로전담 교사는 "다양하고 생소한 직업에 대해 얘기하는 경우가 늘었다. 사회와 학생의 변화에 맞춰 학교도 입시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의 진로 흥미와 적성을 살릴 수 있게 교육과정을 구성해야 한다는 의미다"며 "학생들이 다양한 꿈과 끼를 꿋꿋하게 살려가도록 돕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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