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 공존의 해법을 기대한다

권혁성(특허법인 이룸리온 대표변리사)
권혁성(특허법인 이룸리온 대표변리사)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6월이다. 예년과 달리 내심 더위를 기다렸던 것은 코로나19의 위력이 기온 상승과 함께 한풀 꺾일 것이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수도권과 충청 지방을 중심으로 지역 감염 추세가 예사롭지 않다. 감염 초기 엄청난 홍역을 치른 대구경북 지역은 다시금 들려오는 감염 확대 소식에 새삼 긴장할 수밖에 없다. 결국 근본적인 치유책만이 초유의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는 듯하다.

예방접종에 해당되는 백신과 감염을 치유하는 치료제의 개발이 핵심 관건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올해 연말이면 1, 2개의 백신 개발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200여 종의 백신 후보가 연구되고 있으나, 일부 전문가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이가 워낙 다양하여 백신 개발 자체가 의미 없다고 주장한다. 치료제만이 궁극적인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국내 연구진을 포함해 전 세계 연구진이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매진하고 있으니 빠른 희소식을 기대할 뿐이다.

백신 또는 치료제 개발 후 국제사회가 직면할 또 하나의 이슈는 개발된 의약품 공급과 분배의 문제이다. 일찍이 미국은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백신 개발 국제공조 논의체 합류를 거부하며 독자 행보를 예고한 바 있다. 반면에 파키스탄과 남아공 등 제3세계 정치 지도자들은 백신과 치료제의 무상 공급을 촉구하고 있다.

과거에도 유사한 사례는 있었다. 2005년 조류인플루엔자와 2009년 신종플루가 인류를 위협할 때 인도를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는 글로벌 기업인 로슈사의 치료제 타미플루의 복제약 생산을 강행하고자 한 바 있다. 상대적 빈국인 제3세계 국가의 국민은 고가의 치료제 수급이 어려울 수밖에 없으니 복제약 생산 여부는 자국민의 생명이 걸린 절박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신약 개발은 인적 물적 투자에 기초한 장기간의 개발 기간은 물론 임상시험까지 수반돼야 하는 개발 성공도가 낮은 산업 분야이다. 특히 백신은 반복 사용되는 타 의약품과 달리 일회 사용이면 족해 경제성이 낮아 제약사들이 적극적인 투자와 개발을 망설이기 마련이다. 이에 특허권에 기초한 독점권을 인정하여 연구개발 동기를 부여하고 투자 회수에 따라 재차 새로운 신약 개발에 매진할 수 있는 이익 구조가 일정 부분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익 구조의 정도와 독점으로 인한 공급의 불평등이다. 2004년 2억5천800만달러였던 타미플루 매출액은 2005년 10억달러에 이르렀으며, 2009년에는 상반기에만 9억3천8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하게 된다.

실제 타미플루 특허권자는 최근에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제인 렘데시비르(remdesivir)의 개발 소식을 전한 미국의 길리어드사이다. 대량생산 능력이 없었던 길리어드사는 로슈에 특허사용권을 판매했으며, 로슈는 판매액의 14~22%를 길리어드에 로열티로 지불하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의 경우 통상 의약품 특허가 만료되면 오리지널 제품의 가격은 기존 약가의 30%가 인하된다. 출시 1년 후에는 오리지널과 복제약 모두 53.55% 수준으로 다시 인하된다. 그렇다면 독점으로 인한 기업의 몫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능하다.

이윤의 크기를 떠나 더 큰 문제는 특정 기업의 독점 공급에 의존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비축량, 즉 공급의 불평등이다. 2009년 당시 선진국은 인구의 25~50%에 투여할 수 있는 양을 비축하고 있었던 반면 개발도상국가들은 전체 인구의 2% 정도밖에 비축하고 있지 못했다. 통상 신종 감염병의 경우 대부분 저개발 국가에서 유행하는데, 해당 국가들은 백신이나 치료제를 구매할 능력이 없으니 상황이 더 악화되는 현실을 마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조류인플루엔자와 신종플루 대유행 시 치료제인 타미플루는 이미 개발이 완료된 상태였다. 47만여 명이 희생된 현 시점에서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이나 치료제는 여전히 개발이 진행 중일 뿐이다. 개발 완료 희소식과 함께 백신, 치료제 가격과 공급은 엄청난 지구촌의 불평등 문제를 야기시킬 것이 명확하다.

특허법은 기술 확산을 목적으로 정해진 기간 내 독점권을 부여하는 법제도이다. 당연히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에서 보유하고 있는 특허권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인류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라면 공존의 접근법이 필요하다. 다른 기술은 몰라도 백신이나 치료제가 인류의 생명을 담보로 국가 간 패권 경쟁의 수단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모쪼록 진정한 솔로몬의 해법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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