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의 극단적 선택은 분명히 비극이다. 하지만 유력한 대권 주자로 운위돼 온 공인으로서 마땅히 견지해야 할 '문제' 해결의 방식은 아니라는 사실 또한 분명하다. 전 비서가 성추행 고소장을 제출한 뒤 박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데서 성추행 의혹과 박 시장의 '선택' 간의 연관성을 떠올리는 것은 '상식적'이다.
그런 점에서 박 시장은 '의혹'이 사실이 아니면 사실이 아니라고 하고, 사실이라면 인정하고 책임을 져야 했다. 후자일 경우 박 시장의 지금까지의 삶은 송두리째 부정되겠지만, 공인으로서 마땅히 감수해야 할 운명이다.
그러나 여권의 움직임을 보면 이런 문제에 대한 성찰은 찾아볼 수 없고 그저 '애도'와 '추모'의 말만 넘쳐 난다. 한 여권 인사는 "삶을 포기할 정도로 자신에 대해 가혹하고 엄격한 그대가 원망스럽다"고 했는데 박 시장이 정말로 자신에게 가혹하고 엄격했다면 극단적 선택을 해야 하는 처지로 자신을 몰지도 않았을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정치권에서는 극단적 선택을 미화하는 경향이 자리를 잡았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극단적 선택의 원인에 대한 언급은 강고한 금기(禁忌)다. 부인의 뇌물 수수로 검찰 조사를 받던 중 투신한 전 대통령, 대중성 있는 진보 정치인으로 많은 지지자가 있었으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포착돼 투신한 전 야당 의원 등이 그랬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이들의 마지막 선택은 "또 다른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박 시장의 선택도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도 박 시장의 장례를 5일간의 서울특별시장(葬)으로 하는 것은 가당치 않다. 박 시장은 공무 중 사망한 게 아니라 극히 개인적인 문제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르라'는 청와대 청원 참여 인원이 왜 폭발적으로 늘겠나. 이런 비판에도 국민 세금을 들여 서울시장으로 치르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박 시장을 두 번 죽이는 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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