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명수의 일상중국]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 및 국가주석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미국이 '중국공산당'을 때리기 시작했다. 미·중 수교(1972년) 이후 중국공산당을 직접 비판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처럼 여겨진 탓에 미·중 갈등이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국면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국제 외교무대에서 미국이 중국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더라도 중국공산당을 입에 담는 일은 보지 못했다.

미국이 중국 정부가 아니라 중국공산당을 정조준하고 나선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중국공산당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미국은 중국공산당을 두들기고 자극하고 있는 것인가? 중국공산당이 중국 정부를 움직이는 '그림자 정부'라는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인데 말이다.

며칠 전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공산당을 비롯, 중국인민해방군 소속 또는 중국 국영기업 임원 등 중국공산당원의 미국 방문을 불허하는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는 뉴스를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미·중 간 무역 전쟁이 소강상태로 접어든 상황에서 느닷없이 중국공산당에 대한 제재 방안이 노출되자 향후 미·중 갈등이 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정부의 대응은 즉각적이었다. 중국공산당에 대한 제재가 확정된 것도 아니고 언급됐을 뿐인데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즉각 나선 것이다.

중국 외교부 화춘잉(華春瑩) 대변인은 지난 16일 "미국은 세계 최강대국으로서 세계에 무엇을 남기고 어떤 영향을 끼칠지 고민해야 한다"며 "자신의 국가 이미지와 지위를 훼손하는 일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점잖은 어조로 대응했다. 중국 내에서 중국공산당에 대한 비판은 사실상 허용되지 않는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우한에서의 코로나19 감염 정보 은폐와 축소 의혹이 불거지자 방역 당국의 초기 대응 실패에 대한 시진핑 총서기의 책임론이 여러 차례 제기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중국공산당은 이에 대해 직접 나선 적이 없다.

중국공산당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제재 움직임에 대해 중국 정부 대변인이 나선 것은 중국공산당과 중국 정부가 한몸과 다름없는 '당정일체'이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은 중국공산당이 정부 조직인 국무원을 이끄는 '중국공산당=중국 정부'의 등식이 딱 떨어지는 국가다. 중국공산당에 대한 공격에 더욱 민감하게 대응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미국의 중국공산당 공격은 이미 지난 5월 시작됐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시진핑 국가주석 겸 중국공산당 총서기에 대해 '국가주석'을 뜻하는 'President'라고 칭하지 않고 '총서기'(General Secretary)라는 직함으로 부르면서 외교적 도발에 나선 것이다.

중국의 최고지도자에 대해 '국가주석'(President)으로 불러온 것이 미국의 관례였다. 이런 관례를 모를 리 없는 미 국무장관이 '외교적 결례'를 범한 것은 의도가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인터뷰 내내 "유럽 국가들은 '중국공산당' 때문에 닥치는 위험을 가장 극명하게 보고 있다"고 말하는 등 중국 정부가 아니라 '중국공산당'(Chinese Communist Party)이라고 지칭하면서 중국에 대한 공격을 중국공산당으로 적시하기까지 했다.

폼페이오의 의도된 도발은 중국을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정상국가가 아니라 '중국공산당이 지배하는 독재국가'로 규정하고 견제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담겨 있다. 사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직위는 국가주석이자 중국공산당 총서기 및 중앙군사위 주석직을 겸하고 있다. 중국 매체에서는 평소 시 주석을 '동지'(同志)라는 친근한 호칭으로 부르거나 '링다오'(領導·지도자)를 쓰지만 인민일보 같은 매체에서는 '국가주석 겸 총서기'로 칭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해외순방에 나갈 때는 국가주석으로 표기하고 베트남이나 북한 등 사회주의 우방국을 방문할 때는 '총서기'라는 직함을 앞세우기도 했다.

그런데 폼페이오 장관처럼 서방국가에서 중국 최고지도자에게 중국공산당 '총서기'라고 지칭하는 것은 외교적 도발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건이다. 앞서 폼페이오는 지난 5월 취임한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 취임식에 국무장관 명의의 축하 메시지를 보내면서 'President'(總統)라는 호칭을 사용, 중국 측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외교 기조로 내세우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하나의 중국에 두 명의 'President'(주석과 총통)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곧바로 폼페이오가 시 주석에 대해 총서기라고 호칭하면서 중국을 자극한 것이다.

미·중 간 갈등의 다음 단계를 잘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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